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31)
상태바
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31)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8.19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사무겸논학정소(辯師誣兼論學政疏)

공주제독관에 부임한 조헌이 그해 10월에 만언소(萬言疏)를 올렸다. 그는 일만 오천 자가 넘는 변사무겸논학정소(辯師誣兼論學政疏)에서 악인을 내치고 선인을 옹호할 것과 학정(學政)의 폐단을 개선하고 인재의 양성을 논했다.

조헌은 박상(朴祥), 이이(李珥), 심의겸(沈義謙), 정철(鄭澈), 성혼(成渾), 송익필(宋翼弼)등을 변호하며 이이의『동호문답(東湖問答)』『성학집요(聖學輯要)』 『정경(政經)』및 정철의 균역법 등을 통해 경국제민(經國濟民)의 방도를 취하라고 촉구한다. 또한, 이발과 김우옹 등 이이를 비판한 이들을 스승을 배반한 인물로 지목하고 그들과 상종하는 류성룡(柳成龍) 등을 비판했다.

그리고 ‘아름드리 좋은 오동나무 재목도 일찍이 심어서 가꾸어야 얻을 수 있고 청운(靑雲)의 뜻을 품은 훌륭한 선비는 초가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며 당시 학정(學政)의 폐단을 논하고 인재양성을 구비하지 못한 네 가지의 실상을 논하였다.

첫째, 주현(州縣)의 향교에 교도하는 인물을 적격자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소에서 이렇게 현실을 진언한다. “지금의 광문주의(廣文注擬, 향교의 교수를 선발할 때 후보자 세 사람을 임금에게 추천하는 일)의 일은 전조(銓曹)가 능히 살피지 않고 서리(胥吏)들의 손에 맡겨 뇌물의 다소에 따라 교사들을 택송(擇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부임하면 오직 포철(哺啜)만을 일삼고 권강(勸講)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광문관(廣文官, 국자감의 벼슬, 향교의 교수)을 서리들이 주관하여 정하므로 뇌물의 다소에 따라 제수하고 있기 때문에 부임하면 자신의 생계에만 전념하고 학문을 권장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행(文行)을 겸비한 인물을 뽑아야 지역민이 공경하고 학도들이 긍지를 가지고 분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각 지역 서원에 원장을 두어 봉록을 줄 것을 청하였다.

둘째, 격려하는 방책을 시행하라고 진언하였다. 절의를 표창하여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여야 초야의 직언이 강하여 권력자들의 탐욕을 견제할 수 있다. 특히, 스승인 이지함(李之菡)의 덕행과 후진양성 등의 업적을 인정하여 증작(贈爵)과 사제(賜祭)함으로서 어버이에 효도하고 임금을 섬기는 도에 크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청하였다.

셋째, 과거제도 운영의 문제점과 엄격한 관리이다. 현량과(賢良科)와 명경과(明經科)가 폐지되고 오직 과거제도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그러나 차작(借作)과 대강(代講)등 과거장의 비리로 실력이 되지도 않는 자가 입격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법규와 제도의 정비, 규정의 엄격한 집행을 강조하였다. “사람들은 요행을 품고 과거 공부에만 진력하여 관록(官祿)을 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과장위졸(科場衛卒) 따위를 통하여 시관의 눈을 속여 육갑(六甲)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사마(司馬)에 합격하고 삼사(三事)도 모르는 인사가 별거(別擧) 오르고 있습니다.” 

넷째, 교학에 보익(輔翼, 교재)하도록 하는 세부 방책을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에게 덕행과 도예(道藝)교육을 위해 강학을 보익하는 도구로 이이가 저술한 『격몽요결(擊蒙要訣)』,『성학집요(聖學輯要)』를 간행하여 반포하고 이이가 제정한 석담 서실의 규약을 각 향교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명할 것을 청하였다.

선조는 조헌의 상소가 궁중에 들어간 지 7일이 지나도록 조정에 내리지 않았다. 조헌이 다시 상소하여 반복하여 진술하니, 선조가 답하기를 “내 심사가 편치 못하여 미처 볼 겨를이 없었으므로 즉시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대가 임지로 돌아가거든 더러 임의대로 시행하라.” 고 비답을 내렸다. 그리고  “구언(求言)에  따라 정성스럽게 상소한 것을 가상스럽게 여긴다”고 전교하였을 뿐 해사에 의논하여 아뢰도록 명하였는데 해사가 흐지부지 넘기고 회보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