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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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일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8.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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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금처럼 많은 시간을 앉은 채로 보낸 적은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루 중 대부분을 보낸다. 카페에 가면 컴퓨터 자판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로 상체는 모니터에 빨려들어 가듯이 구부정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몇 시간을 이러한 자세로 보내다 보면 하는 일이 없어지는 근육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복부의 가장 안쪽 벽을 이루는 배가로근(복횡근)을 들 수 있다. 원래 서 있거나 움직일 때 배가로근은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복강 내의 압력을 조절하여 척추와 골반의 안정화에 기여한다. 그러다 보니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 그리고 잘못된 자세로 인해 요통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요통환자에게서 이 배가로근이 약화된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부정한 자세는 호흡과 관련된 근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호흡근육은 가로막(횡격막)과 갈비사이근(늑간근)인데 두 근육은 평소의 호흡에서 7:3의 비중으로 역할을 한다. 가로막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아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호흡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운동신경도 분포되어 있어서 깊게 심호흡을 할 때처럼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숨을 들여 마실 때 가로막은 아래쪽으로 평편하게 내려가면서 가슴 안의 공간이 확장된다. 가슴 안의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폐가 확장되면서 쉽게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자세에서는 가로막의 움직임이 제한되므로 폐가 잘 확장되지 못한다. 

폐가 순조롭게 확장되지 못하니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얕아지고 작아진다. ‘얕고 작은 호흡’에 의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환기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환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1분 동안에 똑같은 양의 공기를 마셔도 실제로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산소량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로 보내지는 산소량은 점차 감소하여 집중력이 감퇴하고 졸음이 오는 것이다. 

또 가로막 대신에 가슴 위쪽에 있는 목빗근이나 목갈비근과 같이 호흡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근육들이 과로하게 되면서 목 부위의 긴장도 높아지고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요즈음은 가로막의 광범위한 기능이 밝혀지면서 ‘횡격막호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 작용 중에 심장의 작용을 도와 혈액의 순환을 돕는 작용이 있다. 심장은 가로막 위에 얹혀 있고 근막에 의해 가로막과 연결되어 있어서 숨을 들여 마시면서 가로막과 함께 아래로 당겨졌다가 숨을 내쉴 때는 올라간다. 심장은 마치 가로막이라는 엘리베이터를 탄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심장 아래쪽의 정맥에 모여 있는 혈액이 쉽게 심장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 또 가로막이 내려가는 움직임은 그 아래에 있는 내장기관들을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내장영역의 혈류순환과 림프순환을 도와주며 결과적으로 내장의 소화기능과 면역기능에 보탬이 된다. 

그 외에도 오래 앉아 있을 때 문제가 되는 근육이 엉덩이 근육이다. 이 근육이 제대로 작용을 못하면 ‘엉덩이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예를 들어 대둔근은 앉은 자세에서 일어설 때 허리를 세워주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오랜 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작용을 못하니 대신에 허리 부분의 척추기립근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등을 짚고 ‘어이구’하는 앓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또 골반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골반저근도 약화되거나 긴장되기 쉽다. 이 근육은 마치 해먹처럼 골반 안의 장기들을 받치고 있는데 방광, 자궁, 직장 등이 근막에 의해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 골반저근이 약화되면 요실금 등이 일어나기 쉽고 반대로 너무 긴장되어 있으면 야간에 잦은 소변을 보거나 골반통을 호소하게 된다.  

이처럼 앉아 있는 시간에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억하자.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쯤은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에 유익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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