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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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있어 즐겁다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1.08.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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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히 제비가 들어 1년이 심심치 않았다. 코로나로 생활의 모든 게 제약이 걸려 우울하던 차에 제비는 우리 내외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다. 요즘은 제비가 너무 귀하다. 그 귀한 제비가 내 집에 들다니, 이건 분명히 좋은 일이 있을 징조라 여겼다. 실제 작년, 금년 모든 게 잘 풀리고 좋은 일이 많았다. 

제비 부부는 우리 집 처마 밑 벽에 진흙을 물어다 튼튼하게 보금자리를 틀었다. 집짓는 재료엔 진흙만 쓰지 않는다. 거기에 가느다란 마른 풀잎을 섞어가며 진흙을 쌓아 올린다. 진흙은 시멘트 마른 풀잎은 철근 격이다.  

난 매일 제비와 대화를 하면서 사랑을 듬뿍 주었다. 제비 부부는 우리가 바싹 옆에서 왔다 갔다 해도 앉은자리에 가만히 있다. 마당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으면 머리 위를 닿을 듯이 날면서 친근감을 표시한다. 돈 주고 새를 사다가 키우기도 하는데 제비가 제 발로 들어와서 친구가 되어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제비 내외는 우리 처마 밑 보금자리에서 새끼 네 마리를 건강하게 키워 날이 서늘해질 무렵 가족을 데리고 먼 강남으로 떠났다. 

금년 봄 또 제비가 왔으면 했는데 그 생각 하자마자 정말로 제비가 찾아왔다. 신기하다.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가 보다. 제비 내외는 작년에 쓰던 집을 들어가서 살피더니 다시 사용해도 괜찮겠는지 바로 알을 낳으려고 집에 들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을 새로 지으면 시간이 걸리니 1년에 새끼를 한 배 밖에 못 뺀다. 그런데 올해는 전의 집을 그대로 사용하니 아마도 두 번 부화를 할 것 같다. 

새끼 네 마리가 태어나 튼튼하게 잘 자라더니 어느 날 내가 쳐다보는 앞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차례로 점프를 하며 날아올랐다. 눈앞에서 네 녀석들이 차례대로 첫 날갯짓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비 부부는 날만 새면 새끼들을 데리고 나가서 사회적응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새끼가 아직 어리니 전깃줄에 앉아 있으면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준다. 제비는 땅에 앉는 법이 없다. 먹이도 공중을 날며 살아 날아다니는 것만 먹는다. 

이렇게 며칠 동안 데리고 다니며 먹이 잡는 법 등 생존법을 가르치더니 7월 중순 어느 날 매정하게 새끼들을 떼어 놓는다. 이젠 부모 역할 다 했으니 너희들 힘으로 살아가거라 하는 것이다.  

제비 새끼 중에도 무녀리가 있다. 유난히 덩치도 작고 빌빌대는 게 있더니 제 형제들은 엄마 아빠를 떨어졌는데 이 녀석만 자꾸 찾아든다. 그러면 제 엄마 아빠는 매정하게 쫓아 버리곤 한다. 난 너무 불쌍하고 속이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얘야 너도 빨리 자립해라. 항상 엄마 품에서 살 수는 없는 거란다” 나는 녀석에게 말해줬다. 밤에 잘 때 녀석이 찾아오면 가차없이 쫓겨난다. 그러면 이 녀석은 주변을 맴돌다 또 제 부모 옆으로 끼어든다. 할 수 없이 며칠 옆에 재우더니 결국 쫓아 떼어버리고 만다. 이 녀석이 나가서 적응을 잘하여 낙오되지 않고 살아야 할 텐데…

마지막 무녀리 자식까지 떼어내더니 어미는 다시 집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두 배 째 알을 낳는 것이다. 어미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한 달 가까이 되니 솜털이 보송한 조그만 새끼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비 새끼는 네 마리만 낳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다섯 마리다. 제비 새끼 다섯 마리는 이 나이 먹어 처음보는 것이다.

새끼가 아주 어릴 땐 똥을 입에 물고 나가던지 아니면 어미 아비가 다 먹어 치운다. 그러지 않으면 보금자리 안이 똥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끼 똥 먹는 게 자주 눈에 뜨인다. 사람의 자식이 기저귀 떼고 오줌똥 가리는 것처럼 때가 되면 새끼도 엉덩이를 밖으로 돌리고 땅으로 배설을 한다. 이때가 돼야 어미 아비가 좀 일을 던다.

새끼가 맘대로 날고 날이 선선해지면 제비는 또 자식들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날 것이다. 제비가 없는 동안의 허전함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내년에도 꼭 다시 돌아와 주기를 매일 기원하는 게 요즘의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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