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 같은 풍경, 비 내리는 부소담악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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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 같은 풍경, 비 내리는 부소담악 길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09.0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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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날의 부소담악 풍경
비내리는 날의 부소담악 풍경

산 끝자락이 보일락 말락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음은 즐기는 자의 몫이라 여기며 촉촉히 비 내리는 아름다운 절경에 마음이 움직였다. 센티멘탈한 기분을 이끄는 깊은 산의 자태는 마음을 흔들고 잡아당겼다. 화려함을 감춘 묵직한 수묵 풍경이 궁금했다.

빙글빙글 굽이굽이 돌며 절경 길을 자동차는 숨이 차도록 올랐다. 흩뿌리는 비의 파편은 엷은 안개를 만들며 신비로움을 더했다. 숨박꼭질 하듯 산은 검은 입체감을 드러냈다 숨었다 애간장을 태웠다. 산허리를 오색띠로 감으며 오르는 내내 홍길동처럼 변화무쌍함을 보았다. 

오감은 스르륵스르륵 나뭇잎에 부딪히는 바람소리에서 거인의 호흡을 읽었다. 검은 입체감은 마치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괴물 같았다.

비 오면 검은 입체감을 보여주고 싶었나, 무서운 위용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싶었나. 만파식적의 수수께끼라도 풀고 싶은 듯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개에 쌓인 절경은 수천 년의 나이로 존경스러웠다. 

뜸한 발길은 분명 경외의 대상으로 우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호수는 초고수가 숨을 감춘 듯 유유히 흘렀다. 위풍당당한 기암과 소나무는 절경을 지키는 장수 같은 위용이 있었다. 산과 산 사이를 굽이 돌아 감고 또 감는 모습은 마치 손오공이 소용돌이 도술을 부리는 듯 했다. 

안개비가 줄자 부소담악 주변으로 매복했던 산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애기봉 엄마봉이 어느새 친근하게 앞으로 다가왔다. 춤추며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은 숨었던 용으로 변신했다. 바람은 친구들을 태우고 날아갔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던 비는 벌써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아직 꿈처럼 몽롱하지만 부소담악이 숨긴 변화무쌍한 수묵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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