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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1.09.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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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래없이 무덥던 더위가 어느새 가시고 아침 저녁엔 제법 서늘한 감을 주는 바람이 분다. 그러다 보니 더위에 잃은 입맛이 살아나는지 무얼 먹어도 맛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인가 보다. 맛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①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 ②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기분 ③제격으로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기분 등으로 나와 있다. ①을 다시 세분하면 짠맛·쓴맛·단맛·신맛으로 나눈다. 매운맛은 합성 맛이라고 하여 입안 전체에서 느끼는 맛으로 혀에서 감각하는 맛에서는 제외되고 있다. 

시원한 맛, 새콤한 맛, 달콤한 맛, 짭짜름한 맛, 맹숭맹숭한 맛, 시큼털털한 맛, 깔끔한 맛, 달착지근한 맛, 씁쓰름한 맛, 매콤한 맛 등 맛을 표현하는 말이 많다. 이런 맛들 가운데 가장 멋진 맛이 구수한 맛이고 그보다 더 멋진 맛이 감칠맛이 아닐까?

구수한 맛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①보리차, 숭늉, 된장국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은 맛 ②말이나 이야기 따위가 마음을 잡아끄는 은근한 맛 ③마음씨나 인심 따위가 넉넉하고 푸근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구수한 맛이 보리차, 숭늉, 된장국의 맛이기만 할까? 숭늉과 된장국은 사실 맛의 차이가 있다. 맹숭맹숭한 숭늉의 맛과 약간은 짭짜름한 된장국인데, 구수한 맛에서는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차이 아닌 차이가 있다. 구수한 맛을 나름, 자의적으로 口水, 口數, 口壽, 口受, 口修, 口首, 口秀 등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 맛의 순수함, 다양함, 느낌, 음미, 사유, 으뜸, 진수, 닦음 등 그 모든 맛의 개념의 총합이 구수한 맛이라고 하고 싶다.

위에서 맛을 정의함에 ①은 1차원적인 맛이요 ②는 2차원적인 맛이요 ③은 3차원적인 맛이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혀에서 느끼는 감각적 맛의 차원을 승화하여 맛의 느낌을 기분으로 표현하고 정신적으로 만족함을 찾는 경지까지 도달한 맛의 수양과 맛의 도를 체감하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러기에 맛의 최고봉인 구수한 맛의 정의에서 보듯 맛은 맛의 도에서 깨달음이고 사랑이고 인정이며 함께하는 어울림이다.

감칠맛 - 필자는 이 맛을 맛의 으뜸 중의 으뜸이라고 하고 싶다.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은 ①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②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입에 맞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의 맛이 감칠맛이다. 감은 感, 監, 甘, 鑑이다. 달면서도 마음 한곳을 움직이고 되돌아볼 수 있으며 비추어 볼 수 있는 맛이다. 구수한 맛이 우리네 삶의 인정과 사랑이라면 감칠맛은 수양을 통한 기품있는 멋의 맛이다. 구수한 맛이 맛의 개념을 총합하였다면 거기에 세련미의 품격을 더하여 기품있는 맛이 감칠맛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감칠맛은 4차원적인 맛이라고 하고 싶다.

 이런 맛의 도, 맛의 최고 개념을 서양인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그들의 표현에는 이런 말이 없을 게다(단문하여 찾아보지 못하였지만). 

어머니의 손맛도 있다. 낚시할 때 느낌을 손맛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씹을 맛도 있고 인생의 쓰고 단맛도 있으며 행복하게 사는 살맛도 있다.

이렇게 맛이 많은 것처럼 다가오는 추석에는 COVID19가 종식되고 집합제한도 해제되어 고향의 맛을 듬뿍 느끼고 모처럼 만난 친척, 고향 친구들과 감칠맛 나는 귀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의 삶도 구수한 맛에 감칠맛을 더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삶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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