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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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34)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9.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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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죽이나 정사(政事)로 죽이나 살인은 마찬가지 입니다

왜국의 사신을 배척하소서

옥천 향리로 돌아온 조헌이 일본 사신의 입국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일본이 드디어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조헌은 국제관계의 인식이 명확하고 역사의식이 뚜렷했다. 그는 신의를 모르는 무지한 일본에 대해서 늘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정은 일본의 야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당파싸움에 매몰되어 의견이 분분했다. 그는 분연히 붓을 들어 조정을 향해 외쳤다. 1587년 11월에 쓴 청절왜사 제1소이다.    

그는 통신사를 보내라는 일본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통신사를 보낼 명분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역대로 교린을 믿음의 의로써 하지 않고 일은 시초부터 숙고하지 않아 스스로 후환을 끼쳐 복망하는 재앙을 얻게 됨을 청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양송이 금나라와 원나라에 대해 스스로 강대해질 것을 꾀하지 않고 통호하는데만 급급하더니 금, 원의 징색하는 환난을 당하게 되자 끝내는 도성과 온 백성을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사절이란 도시 무슨 명분이 있습니까?” 

저들이 사신을 보내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고 존경해서가 아니다. 일본의 실질적인 왕이 된 풍신수길이 국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고 인근 국가의 승인을 획득하려는 계략인 것이다. 이에 우리가 사절을 보낸다는 것은 저들이 자기 임금을 찬역하고 정권을 탈취한 혁명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바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저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하는 입장을 이렇게 제시했다.

“임금에게는 능포한 짓을 거리낌없이 하면서 이웃나라에 영원한 화목을 도모하는 자는 고금 이래로 없는 이치입니다. 그들의 심사는 자기의 병력으로 상하를 협복했으며 조선은 남북으로 군사를 잃을 위험성이 있으니 만약 저들의 위세에 사절을 보내 서로 축하한다면 이것은 곧 국가가 뜻을 굽혀 저들을 쫓는 꼴이 되고 저들은 더욱 교만해져서 안으로 방시의 패적을 감추고 밖으로 인방에 징색함이 점증되어 이로써 군사를 일으켜 도적질 할 틈을 찾자는 것이니 저들이 과연 우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우리나라에 사자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습니까? 국사를 도모하는 자로써 저 먼 절역에 비록 창을 들고 가서 저들의 목을 베지는 못할지언정 그 어찌 차마 사신을 보내어 저들을 사위하여 그들의 성세를 조장하겠습니까?

조헌은 왜적의 강함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지세는 층층이 관문으로 성을 이루고 있고 바다를 이용하여 방어한다면 능히 지켜 낼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수양제가 고구려를 침입하다가 패했고 천하에 떨치던 당태종의 위세도 꺾은 바가 있다. 우리나라가 그때는 강하고 지금은 약하다고 할 수 없으니 저들의 기세에 위축되거나 비굴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일본과 교류할 때가 아니라 위기를 인식하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자강에 힘쓸 때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세는 층관으로 성을 만들고 바다를 못을 삼아 능히 수어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수양제가 고구려에 패하였고 당태종도 천하를 떨치던 그 위세가 꺾였으며 호발도의 강대한 힘도 우리 태조대왕에게 인월에서 전멸하였으며 붕중의 간지도 중종대왕의 동지 날에 신문하게 되었으니 옛날에는 강하고 지금은 약하다고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러 날을 두고 기다려도 의리를 부르짖고 왜사를 거절하자는 계획을 듣지 못하였으니 어찌 나라에 대신이 있다고 하겠는가 하고 저들의 강대함에 유약한 조정의 태도를 걱정했다. 그리고 적의 위세에 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문명한 도를 가지고 저들의 야만한 성품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고 논했다. 

조헌이 11월에 청절왜사 제1봉서를 충청도 관찰사 권징에게 주어 임금에게 올리도록 했다. 그러나 권징은 미리 겁을 먹고 자신이 이 상소에 연루될까 두려워 이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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