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근육은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근육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근력이 ‘장애역치’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스스로 외출을 해서 병원이나 쇼핑을 할 수 없게 된다. 심하면 화장실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가야 한다. 그러니 근육과 근력은 특히 노년기에 삶의 질(QOL)을 결정하는 필수적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과학적 사실들은 근육이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 말고도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 역할들은 먼저 뇌와 상호작용하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고 불리는 BDNF가 있는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뇌에서 유래되어 신경세포의 성장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즉 BDNF는 신경세포의 생성과 성장을 돕고 신경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BDNF가 부족한 것은 우울증이나 자폐증, 신경성 식욕부진증, 강박증, 알츠하이머 및 치매 등과 관련이 있다. 이 BDNF의 생성을 가장 잘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이 바로 운동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BDNF는 뇌에서만 생성,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근육에서도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생성되는 BDNF는 아직 그 역할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항염증 및 면역기능과 관련이 있으며 국부적인 신경의 성장을 돕고 근육의 전구세포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근육의 전구세포는 근육의 손상 시 재생을 돕는데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밝혀진 근육에서 생성하여 분비하는 호르몬으로서 아이리신(Irisin)이 주목받고 있다. 원래 아이리신은 근활동에 의해 근육에서 생성되어 ‘백색지방의 갈색화’ 작용을 한다. 이는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지방세포를 갈색지방처럼 열생성을 하는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갈색지방조직은 몸을 떨지 않고도 열을 생성시키는 지방조직으로 몸의 대사율을 높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체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리신은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인 해마부위에서도 발현되어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며 산화적 손상에 대해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보호하는 작용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이는 BDNF의 생성을 촉진하는 작용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로도 잘 알려져 있다. 뇌나 심장, 간과 같은 조직은 인슐린이 없이도 혈당을 잘 받아들인다. 그러나 근육조직은 혈당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인슐린이 매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근육조직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면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게 되고 혈관의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엉덩이나 허벅지 등의 부위에 근육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근육이 움직일수록 인슐린저항성의 위험은 낮아진다. 근육이 움직이면 근육세포 안에서 혈당을 받아들이는 당수송단백체(GLUT)라는 특수한 단백질의 생산과 활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다 최근에는 근육조직이 암세포와 관련해서 중요하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물질들을 마이오카인이라고 하는데 이 마이오카인을 통해서 근육세포와 암세포 간에는 일종의 누화(crosstalk)가 일어난다. 누화란 전자공학에서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회로가 형성되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암세포에서 분비된 물질은 근육을 심하게 손실시키고 위축시킨다. 반대로 마이오카인이 암세포에서 산화물질의 생성을 촉진하여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근육에서 분비되는 SPARC라는 물질이 최근 발견되었는데 이 물질은 종양세포에서 산화적인 손상을 억제하고 항산화유전자의 전사를 촉진하는 등의 항암작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이제 근육이 조금 달리 보이지 않는가? 근육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건강상의 이점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