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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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그리기
  • 김기순 수필가
  • 승인 2021.09.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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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아침 시간은 바쁘다. 맞벌이 주부라면 더욱 그렇다. 아침밥 짓기, 아이들 등교시키기, 남편 출근 준비에 본인 출근까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문이 하나 있다. 화장이다.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마쳐야 생활전선으로 나갈 준비가 끝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있던 날 한 여성 재판관이 머리카락에 롤 두 개를 매달고 출근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나 바빴으면 머리카락에 롤을 감은 채 출근했을까. 그 모습이 TV화면에 비쳐지는 순간 황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찌 보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바쁜 직장여성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며 높은 지지를 보내는 한국인의 성숙한 의식에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여성들의 얼굴은 화장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크다. 곱게 화장한 얼굴은 생기발랄해 보이고 예쁘다. 반대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은 침울하다 못해 어딘가 아파 보이기까지 한다. 

그뿐인가, 화장이란게 참으로 묘해 사람의 기분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아침에 세수하고 화장을 하면 기분도 상쾌하고 밝은 느낌이 들지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어쩐지 기분도 찝찝해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화장은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기술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화장법은 3단계로 나누는데 1단계 기초는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주어 피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하는 방법이다. 2단계 베이스메이크업은 피부를 보호하는 방법이고 3단계 색조는 안면의 음양조화를 선명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요즘은 화장술이 얼마나 발달하였는지 성형화장법이라는 것도 생겼다. 마치 성형수술을 받은 것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얼굴을 변화시키는 방법인데 일종의 착시효과이겠으나 대단한 기술이라 여겨진다. 

민낯이 예쁘다는 말은 10대들에게나 통하는 말이고 여성이라면 외출 시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귀한 분과 만나는 자리,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화장을 하지 않고 나가는 것은 결례가 된다. 반면 평범한 가정주부가 너무 짙은 화장을 하는 것도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한 듯 안 한 듯 본연의 미를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화장을 할 때는 본인의 연령대는 물론 착복할 옷이라든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상견례 자리에 시어머니 될 사람이 미니스커트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나 혼사가 틀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상견례란 사돈될 집안사람들이 처음으로 인사하는 엄격한 자리이니만큼 복장은 물론 안면에도 신경을 써서 정중히 예를 갖췄어야 하는데 시어머니 될 사람이 짙은 화장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왔으니 품격없는 집안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여성이라면 거울 앞에 앉아 화장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아름답게 변화되는 얼굴을 보면서 자존감도 높이고 삶의 의욕도 생기게 되니 그만한 무기도 없지 싶다.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만들기 위해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섀도로 눈을 크고 또렷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기꺼움 또한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영역을 남성들에게 빼앗기고 있어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남성들은 기초화장 정도만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근래 들어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메이크업 베이스에 색조까지 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화장의 화룡점정은 뭐니 뭐니 해도 입술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눈썹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목구비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눈썹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각진 눈썹은 강한 이미지를 풍기는 반면 위로 치켜 올라간 눈썹은 사나워 보이고 초승달처럼 동글고 가는 눈썹은 부드럽고 선한 느낌을 준다. 재주가 없는 건지 그림 솜씨가 없는 건지 오랜 세월을 그렸는데도 나는 아직도 눈썹 그리기가 서툴다. 

누구할 것 없이 눈썹 그리기는 힘든 작업인가보다. 며칠 전에는 이웃 아주머니가 숯 검댕이 같은 눈썹을 하고 나와 깜짝 놀랐다. 웬일인가 물으니 눈썹 그리기가 귀찮아 문신을 했다며 며칠 지나면 색이 옅어질 거라는데 진해도 너무 진해서 쉽게 옅어질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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