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에 현대식 기술을 접목한 ‘막걸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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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에 현대식 기술을 접목한 ‘막걸리 철학’
  • 이성재기자
  • 승인 2016.07.2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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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첫 양조장 설립… 4대째 가업 이어
‘이원막걸리’서 ‘아이원 막걸리’로 상표변경
도수 5도 안팎, 1억~100마리 유산균 함유

우리나라 전통주는 청주, 소주, 탁주이다. 청주는 밑술 독에 용수를 넣어 맑은 물이 고이면 퍼내는 것이고, 소주는 밑술 증류시켜 이슬로 받아낸 것이다. 반면에 탁주는 밑술을 발효시킨 다음 막 걸러서 먹는 술이다. 이 탁주가 바로 말 그대로 막걸리인 것이다. 한국 전통의 발효주인 막걸리 제조에 4대에 걸쳐 70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원양조’의 강현준(45) 대표를 만나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 집자주>

 

이원면 ‘이원양조장’ 강현준(45) 대표

막걸리 발효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강형준 대표.

막걸리는 쌀이나 밀을 누룩과 발효시켜 막걸러 만든 발효주로 자연친화적인 술이다. 끼니를 대신하기도 하고 일 할 때 노동의 고됨을 잠시라도 달래주며 흥이라도 나면 춤과 노래를 부르는 술이다.

우리 민족의 생활양식에 잘 조화되고 그래서 우리의 술로 대표되는 막걸리다. 현재 우리의 막걸리 맛은 과거의 막걸리 맛과는 사뭇 다르다. 세월 따라 맛도 변하는 것이라 막걸리 맛도 텁텁하고 투박한 맛 대신 달작지근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제조 공정도 변하고 첨가물, 향료도 가미하면서 막걸리의 맛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의 막걸리 트렌드는 이런 현상을 가속시키면서 막걸리 고유의 맛보다는 현대인들의 서구화된 입맛에 맞는 막걸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래도 전통의 기반 위에 세태의 흐름을 반영하는 다양한 변화는 고유의 전통을 지켜가는 좋은 방법이다.

잘나가던 건설업자에서 막걸리 빚는 주(酒)조가 길 선택.

예로부터 마을의 양조장은 지역사회의 중심이자 존재만으로도 주민들의 자부심을 키우는 곳이었다. 아무리 전국 팔도의 전통주가 유명할지라도 지역 술을 많이들 찾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다. 특히 지역색이 짙은 막걸리는 서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대표 술로 그 애착이 와 닿기도 했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4대가 이어오고 있는 옥천군 이원면의 ‘이원양조장’ 또한 초창기에는 동네를 대표하는 양조장이라 했다. 4년 전부터 아버지의 가업을이어 당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강현준(45) 대표에겐 어릴 때부터 양조장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던 터라 막걸리를 빚는 일은 그에게 숙명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점차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 들면서 양조장의 옛 영화는 간데없이 아련히 기억 속에서 흐려졌다.

발효된 막걸리를 물과 혼합하는 장비.

그런 그에게 막걸리를 빚는 가업을 잇는 일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일찍부터 대처에 나가 공부하고 직장도 잡았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건설업자에서 막걸리를 빚는 주(酒)조가의 길을 걷는 강 대표에게 가업을 잇는 일은 돈을 쫓아 고향을 떠난 아쉬움과 전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강 대표는 “편찮으신 어머니와 가업을 더 이상 아버지에게만 맡길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잇고 부모님도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가업의 명성을 걸고 시작한 만큼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통 주조 기법 바탕으로 현대화 가미.

막걸리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전통 주조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화를 가미시켜 대를 이어 막걸리를 만드는 강 대표는 건설사업을 접고 증조부 때부터 이어온 전통막걸리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린 시절부터 틈틈이 일을 도운 강 대표는 연로하신 아버지의 어려움을 그냥 넘길 수 없어 가업을 잇고자 귀향을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깨 너머로 막걸리를 만드는 법을 보고 자랐지만 막상 막걸리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밥 짓는 것부터 차근차근 배웠고 배달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전통주 자료들을 찾아내 자신만의 비법을 연구했다. 원료의 성질을 파악하고 배합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내고, 오직 손으로만 만들어내는 진짜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원양조장 전경.

부친에게 막걸리를 전수 받으면서 한편 시설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강대표는 전통을 지키면서 양조장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2014년 8월에 잠시 양조장 문을 닫고 현대화 시설 공사를 준비했다. 강 대표가 양조장 현대화를 시작할 무렵 금융업에서 28년간 근무하다 마침 명예퇴직을 한 셋째형 강현우(52) 씨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형과 함께 양조장 현대화 공사를 진행했다.

술지게미를 걸러내는 장비.

두 형제는 건축업자에게 공사를 맡기면 비용이 많이 들어직접 공사를 진행에 올해 2월에 양조장 현대화를 마무리했다. 강현우 씨는 “동생이 먼저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는 모습을 보고 4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업을 살려보고자 뛰어들었다”며 “전통과 역사가 있는 양조장이 지역에 뿌리내려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에 자랑거리가 되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계층 다양화 막걸리 시장 활성화 목표.

기존 막걸리의 한계를 느낀 강 대표는 일찍이 ‘어르신들이 먹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소비계층을 다양화해 막걸리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오랜 시행착오 끝에 기존에 ‘이원 막걸리’를 대신하는 ‘아이원 막걸리’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됐다.

브랜드를 새로이 하면서 강 대표는 브랜드 로고와 막걸리를 담는 병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기존 ‘이원 막걸리’의 예스러운 로고와 병을 ‘아이원 막걸리’로 바꾸면서 조금 전통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진 로고와 병을 고안해냈다. 아이원은 이원의 영문표기인 iwon을 i와won 따로 발음하면서 만들어진 브랜드 로고로 강 대표가 직접 만들어냈다. 증조부 때부터 시작된 ‘이원막걸리’는 2016년 2월 현대적인 맛이 가미돼 재탄생하면서 ‘아이원 막걸리’로 브랜드를 탈바꿈했다. ‘이원 막걸리’를 찾아 대전, 청주등 외지에서 고객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역 내에 고객들은 브랜드를 변경한 것을 알고 있다.

아이원 막걸리.

‘이원 막걸리’를 잊지 못하고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은 브랜드 변경을 아쉽게 생각하고 맛도 떨어졌다고 하는 손님들도 있고 오히려 맛이 더 좋아졌다며 ‘아이원 막걸리’를 사가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강 대표는 “아직 ‘아이원 막걸리’의 맛을 두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맛이 더 좋아졌다는 고객들이 조금 더 많은 편인 것 같다”며 “앞으로 시설 투자와 막걸리를 연구를 통해 더욱 맛좋은 막걸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 막걸리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

강 대표는 양조장의 역사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유통 판로를 개척할 생각이다. 그는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양조장을 재탄생시켜 지역 내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막걸리를 생산하는 시설은 현대화·자동화해 첨단 시설을 갖추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전통을 고수해 직접 누룩을 띄워 막걸리를 제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이원양조장의 역사와 막걸리를 빚을 때 썼던 옛 장비·도구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소규모의 ‘이원 막걸리 박물관’을 만드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는 판매와 막걸리의 역사, 현장견학 등을 체험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막걸리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강 대표는 “발효식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술을 마시고 취하는 문화가 아닌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옛 선조들의 음주문화를 알려주는 양조장을 만들 생각”이라며 “고객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음주문화를 확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꼬냑’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술로 막걸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막걸리 100ℓ 1억~100억마리 유산균 함유.

막걸리는 술이 맑지 않고 탁해서 탁주(濁酒)라 불리기도 하고 농부들이 주로 마셨다고 해서 농주(農酒), 색이 희다고 해서 백주(白酒), 맑은 청주를 떠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 등으로 불렸다. 술이 익으면서 떠오르는 청주의 알코올 도수는 대개 15도 안팎이고 막걸리는 여기에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5~6도 정도로 낮춘 것이다.

53년 된 막걸리 발효 옹기.

막걸리는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이 함유된 영양의 보고다. 막걸리 성분 중에서 물(80%) 다음으로 많은 것은 10% 내외를 차지하는 식이섬유다.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실 경우 같은 양의 식이음료와 비교하면 100~1000배나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셈이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혈관을 청소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

막걸리 발효실 내부.

또 필수아미노산 10여 종과 단백질 약1.5~1.9%(우유 3%, 맥주 0.4%, 소주 0%)가 포함돼 있다. 단백질 함량은 높지 않지만 대부분 필수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질이 우수하다. 피부 재생, 피로 회복 등의 효과가 있는 비타민 B군(비타민 B1, B2, B6, 나이아신, 엽산) 성분도 있다. 여기에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0.8%의 유기산, 피로 회복을 도와주는 젖산과 구연산, 사과산 등이 다량으로 들어가 있다. 유산균은 막걸리 100ℓ에 약 1억~100억 마리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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