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길에 있는 가로등도 칭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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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길에 있는 가로등도 칭찬할 거야”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09.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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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우산1리 임춘조 행복지키미’
임춘조 행복지키미가 동이면 우산1리에서 할머니의 말벗과 청소, 건강상태 확인, 생활점검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춘조 행복지키미가 동이면 우산1리에서 할머니의 말벗과 청소, 건강상태 확인, 생활점검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옥천군 동이면 우산1리에 살고 있는 임춘조(여, 78)씨. 그녀를 두고 주민들은 “저 사람은 길가에 있는 가로등도 칭찬할 거야”라고 입을 모은다. 

말없는 가로등도 칭찬할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봉사활동을 하길래 그러는걸까.

지난 10일 옥천시니어클럽(센터장 공경배) ‘9988 행복지키미’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러 마을을 찾았다. 이날은 마침 이불빨래 봉사를 하는 날로 일찌감치 세탁 봉사차가 와 있었다. 봉사자 임 씨 역시 만면에 웃음 머금은 얼굴로 부지런히 이불을 이동 세탁차로 옮기고 있었다. 그녀의 봉사활동 경력은 벌써 4년째다. 

하루는 임 씨가 봉사활동 일이 아닌 토요일 김일분(가명) 수요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상히 여긴 임 씨가 수요자의 집으로 달려 갔다. 이웃집 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씨가 우산1리 2구에서 매실나무를 가지고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갔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임 씨가 몰던 오토바이가 그만 논둑으로 미끄러지며 얼굴이 크게 다치고 왼손 엄지마저 뒤로 꺾이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다행히 마을 이장의 도움으로 곧바로 병원으로 호송, 무사히 수술과 치료를 잘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걱정이 임 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혹여 자신의 일을 도우러 가다 사고를 낸 것이 수요자 김 씨에게 마음의 짐을 지게한 건 아닌지 하는 염려가 더 컸다. 

임 씨는 지키미 봉사활동을 하기 6년 전 동이면 우산1리 1구 부녀회장을 맡아 8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임 씨는 경로당을 찾아오는 외부 손님 맞이는 물론 주민들과 함께 밭에 고구마와 참깨를 심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필요한 식재료와 물품을 구입해 경로당에서 마을 어른들이 마음 편히 식사하도록 밥을 지어 차려주고 청소하는 봉사를 이어 갔다.

지금도 건강을 잘 돌보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수요자는 동행하여 병원 진료를 받도록 돕고 있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없는지 늘 묻고 간식과 반찬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선행을 하면서도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며 웃는 임 씨의 얼굴에서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사라지는 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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