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앉아서 생기는 골반 정렬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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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앉아서 생기는 골반 정렬의 이상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9.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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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 가장 할 일이 없는 대표적인 근육 중의 하나가 엉덩이 부위의 엉덩이 근육(대둔근)이다. 우리가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는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면서 허리 부위의 관절을 펴게 하고 상체를 세워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모처럼 일어서려고 할 때 엉덩이 근육으로 신경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니 근육이 수축하여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커다란 엉덩이 근육 대신에 허리를 펴는 역할을 허리 부위에 있는 더 작은 근육인 척주기립근이 대부분 담당하게 된다. 작은 근육으로 접힌 몸을 크게 펴려고 하니 젊은 사람은 근육의 기능이 있어 그나마 괜찮지만 나이든 사람은 허리를 쥐고 ‘아이구구’하면서 허리를 세우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엉덩이기억상실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마비되지는 않았지만 마치 신경기능이 억제되어 근육이 마비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가성마비’라고 한다. 

이렇게 앉아 있는 생활에 의해 엉덩이 근육과 함께 약화되는 근육은 복부 근육이다. 복부 근육은 적절한 긴장을 통해 복부 안의 압력을 유지함으로써 상체를 바로 세우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오랜 시간을 앉아 있는 동안 그러한 역할을 할 필요가 없으니 약화되는 것이다. 

반면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등허리 부위에서 척주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척주기립근은 과긴장하게 된다. 또 몸의 전면에서 척주와 골반을 이어주는 장요근이라는 근육도 과도한 긴장 상태가 된다. 

이렇게 관절을 중심으로 위 아래, 앞 뒤의 근육이 너무 약화되거나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면 인체의 정렬이 비틀어지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부하를 완화시키기 위해 다른 관절에서 보상적인 재정렬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관절을 중심으로 작용하는 근육이 불균형한 긴장, 요통과 같은 통증, 자세의 불균형, 부상 위험의 증가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근육의 불균형은 특히 골반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 대표적인 증상이 ‘하지교차증후군’이다. 이는 골반을 전‧후‧상‧하에서 잡아주는 주된 근육들이 불균형한 상태가 되어 나타나는 증세라고 할 수 있는데 과긴장된 근육과 약화된 근육이 골반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교차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하지교차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교차증후군’에 의해서 골반은 앞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뒤쪽으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서 서 있거나 걸어가는 자세가 반듯하지 않으며 부자연스럽고 틀어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경우에는 허리의 만곡이 정상보다 매우 크게 커브를 갖게 되며 오리 엉덩이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골반이 뒤로 돌아가게 되면 엉덩이가 아래로 처진 소위 민짜엉덩이를 갖게 되고 심하면 허리의 만곡이 거의 없어지고 상체가 뒤로 젖혀진 자세를 갖게 된다. 두 경우 모두 허리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 요통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무릎이나 허리, 척주 부위의 관절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골반의 경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사실 x-ray를 통해서만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지만 장기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골반 주변 근육의 불균형한 과긴장과 약화가 진행되며 그로 인해 요통이나 골반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주변의 근육들에 대한 적절한 강화 및 이완운동을 통해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일어나서 몸을 스트레칭하고 관절을 돌려주는 체조를 하는 것이다. 또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대둔근이나 중둔근, 복근 등을 강화시키고 척주기립근이나 장요근을 이완하는 운동을 꾸준히 따라서 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미 골반경사가 심하여 통증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면 병원에서 교정운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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