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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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96)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10.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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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꽃나도사프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그루나레’라는 최고의 미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고아였지만 좋은 양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자랐다. 이 소식을 들은 국왕은 그녀를 왕비로 맞아들였다. 그리고 값비싼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너무도 소중한 선물일 뿐 아니라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 “만약 목걸이를 잃어버린다면 나의 두 팔을 잘라낼 것이다”는 약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하였다 궁중으로 돌아오던 중 무일푼 걸인 ‘아프샤’를 보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민 끝에 결국 목걸이는 그에게 건네고 말았다. 그는 왕비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밤마다 ‘자애로운 왕비님께 마호메트의 은총이 있기를’하고 기도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그녀는 약속한 대로 두 팔이 잘리고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다. 

왕비의 목걸이로 부자가 된 그는 얼굴을 가리고 숨어 사는 ‘그루나레’의 소식을 듣고 찾아가 청혼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신이 나타나 잃어버린 두 팔과 손에 꽃잎 한 장을 얹어 주었는데 그 꽃이 사프란이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왕비임을 알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의 꽃이다. ‘지나간 행복’이 꽃말이다.

천일홍

가난하지만 다정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은 가난에서 탈피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아내는 이를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시만 떨어져 불편한 생활을 버티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허락을 했고 남편이 오랫동안 소식이 없자 마을 사람들은 남편이 무슨 변고가 생겼거나 마음이 변한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는 길이 빤히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주위에 핀 꽃들이 시들어 버릴 때까지만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꽃들은 계속 피어나고 쉽게 시들지 않았다. 아내가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내는 데 힘이 됐다. 이 꽃이 야생화 천일홍인데 ‘오랜 기다림’,  ‘변치 않는 사랑’이 꽃말이 됐다. 그 후, 남편은 큰 돈을 벌어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사위질빵-할미밀망

예부터 사위는 장인장모의 사랑을 받는 게 우리 풍습이다. 가을철이면 사위도 들에서 볏짐을 지게등짐 져서 집으로 들여오는 처가 일을 돕는 게 상례이다. 심술궂은 장인영감이 사위에게는 약한 지게 끈으로 질빵을 만들어 주어 가벼운 짐을 지게하고 할머니 장모에게는 질긴 줄기로 지게 끈(밀망)을 만들어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는 데서 ‘사위질빵’ ‘할미밀망’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즉 덩굴야생초 줄기를 지게 끈으로 사용했던 것인데 꽃모양은 비슷하게 생겨 서로 닮은 꼴이다. 꽃말은 사위질빵 ‘비웃음’, 할미밀망은 ‘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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