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 낳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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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안 낳는 이유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1.10.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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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신생아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부모, 조부모 세대가 전심전력을 다해서 나라를 초고속으로 산업화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 세대가 정말 자랑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우리의 출산율은 바닥을 달리고 있으니 우리답지 않다. 왜 이리 되었을까.   
시골이 폐허가 되어가며 대여섯 집이 있던 동네는 사라진 지 한참 되고 30~40 호가 되던 동네가 너댓 집만 남은 곳이 허다하다. 남아있는 노인들이 가고 나면 거기엔 누가 와서 채울는지. 자식들? 도시에서 문명의 그늘에 산 자식들이 불편한 시골로 오겠는가. 앞으로 면단위 시골은 사라지고 군이 면 수준으로 내려앉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인구는 주는데도 서울의 아파트 값이 수십억씩 간다는 말엔 어안이 벙벙하다. 좋은 지역에 너도나도 한 몫 보려 달려드니 당연한 현상이다. 도시에도 오르기는커녕 매매도 안되는 집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인구는 줄어도 좋은 지역에야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 안 낳는 이유가 교육비가 많이 들고 내 집 마련도 어려워 살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아이까지 낳아 기르기에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맞다. 돈 많이 들고 힘들고 자식 키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데 아이 안 낳는 이유가 단지 경제적인 이유 그게 다인가. 혹 내 이기심이 아이 낳아 키우는 걸 막는 건 아닌가. 당신들도 다 그렇게 힘들게 낳아서 키워진 사람들 아닌가. 아이 안 낳고 살면 세상 일이 내 삶이 순탄하게 가긴 하는가.

언제 아이 키우기 좋은 시절이 있긴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 가장 좋은 건 아닌가. 아이 낳으면 보조금 주고 여러 혜택이 따른다.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종일반, 지금보다 아이 키우기 더 좋은 때도 있었는가. 

아이 안 낳는 데는 부모의 책임도 일부분 있을 것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부모들은 손자를 안 봐주려는 경향이 있다. 한데 옛날에도 7~8명 자식 중 한 자식만 부모의 혜택을 입었다. 자식들이 줄줄이 낳는 손자 다 봐 줄 수는 없고 부모 모시는 맏자식이 수혜자였다. 나머지 자식들은 자기들이 해결해야 했다. 

내가 아이를 셋 낳아 키웠다. 당시엔 폭발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로 초만원이 된 우리 사회는 산아제한, 가족계획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강력한 인구 억제정책을 폈다. 당시의 대구시인가, 그만한 도시가 매년 생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산아제한, 참 생소한 말이었다. 후에 순화된 가족계획이란 말로 대체되었지만 배고프던 시절 병아리 떼 같던 아이들 배를 채워줄 식량이 없었다. 처음엔 셋 낳기 운동을 펼쳤다. 나도 국가시책에 충실히 따라 셋을 낳았다. 한데 간발의 차이로 내가 셋째를 낳고 나니 바로 둘 낳기 순서로 넘어갔다. 슬로건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지금 생각하니 행운이었다. 가까스로 자식을 하나 더 낳을 수 있었으니. 

너무 계산속에 살면 아이는 낳을 날 없다. 지금은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다 저 먹을 거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세상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 무엇일까. 각자 다른 생각일 것이다. 그게 자식 키우는 일이라면 어떤가. 펄쩍 뛸까.

어른들 특히 누구나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젊은이들이 걱정없이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인지에 의문을 던지는 말들을 곧잘 한다. 남 듣기 싫은 소리하기는 내키지 않을 것이다. “자식은 계산하고 낳는 게 아니다. 적당히 낳아 열심히 살면 화단의 꽃 자라듯 잘 키워지는 것이다. 자식 키우는 걸 전쟁터 나가 듯 떨지 않아도 되느니라” 이래야 되는 거 아닌가. 계산 따지고 자식 낳아 키우는 걸 큰 고생으로 여긴다면 예전에도 그랬을 것이고 지금도 아이는 낳지 못한다.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에게나 바른말 해주기는 어렵다. 젊은이들에게 훈계하던 시절도 옛날이다. 그렇더라도 아이 안 낳는 걸 다 이해하는 양, 그들과 똑같이 제도 탓, 사회 탓, 국가 탓만하고 있으면 어른이 어른도 아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워야 한다. 세상 살며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다. 이보다 남는 장사는 없다.  

명절에 아이들 오면 “어서 결혼해라” 하는 게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고 한다는 걸 들었다. 그럼 부모가 나이 먹은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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