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동네서점, 갈수록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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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동네서점, 갈수록 불안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0.1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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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는 옥천과 증평이 소멸 지역 예상
‘행복씨앗학교’, 공부 안하도록 만드는 ‘주범’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서적. 인건비는 차치하고 운영비마저도 건지기 어렵다. 그저 명맥잇기에 만족할 뿐이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서적. 인건비는 차치하고 운영비마저도 건지기 어렵다. 그저 명맥잇기에 만족할 뿐이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륜당서점. 이곳 역시 서점운영으로는 수익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지역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는 명분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륜당서점. 이곳 역시 서점운영으로는 수익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지역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는 명분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밝힌 ‘2020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전국에는 1,976개의 서점이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9년(2,846)과 비교하면 무려 870개나 줄어든 수치다. 2003년 3,589개이던 서점이 2년 후인 2005년에는 무려 160개소가 줄었으며 특히 2009년의 경우 2년 전인 2007과 비교하면 무려 401개소나 감소했다. 그러다 2017년 들어 2015년 215개소에서 66개로 감소세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2019년에는 74개소만이 감소했다. 이러한 이유로는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보편화되어 공공기관 등에서의 도서구매 시 지역서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동네서점의 생존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서점의 감소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동네서점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가 문제다. 연합회가 밝힌 서점 멸종 예정 지역을 보면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 3곳, 강원도 9곳, 충청남도 4곳, 전라북도 4곳, 전라남도 8곳, 경상북도 8곳, 경상남도 4곳 등 대부분 군단위 지역의 서점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충청북도에서는 옥천군과 증평군 등 두 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네서점들의 아픔을 나타내 주고 있다.

충북에서는 옥천과 증평 두 곳

올해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천읍 금구리 소재 ‘동아서적’(대표 천세헌). 이 서점은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서점으로 옥천군 관내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러한 역사와는 달리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 마지 못해 문을 열고 있을 뿐 서점을 통한 생계를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천세헌 대표 딸 예준씨는 “17살때부터 할아버지 책심부름을 다녔다.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는 (사정이) 덜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알라딘과 같은 세계적 유통망을 가진 인터넷 서점과 국내 대형서점들의 시장장악으로 저희 같은 소규모 동네서점들은 거의 문닫기 일보직전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예준씨는 “아버지에게 15년 전부터 서점 대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면 안되겠느냐고 수차례 건의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서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행복씨앗학교’ 
동네서점 경영악화 일조

“지금의 동네서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복씨앗학교’가 주범으로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 제도는 학교공동체가 협력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실현하여 따뜻한 품성을 가진 역량 있는 민주시민으로 함께 성장하는 공교육 모델 학교를 육성한다는 그럴듯한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이 제도는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공부를 덜하게 만드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말이 좋아 교육 공공성 강화와 배움과 학력의 패러다임 전환이지 이는 현실을 외면한 철저한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즉 아이들이 책을 읽기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도록 한 나머지 마치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가 돼버렸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고도 어느 하나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지나친 비약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삶 자체를 매우 가볍게 여기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결국 그러한 단견으로 전국 서점가들은 책이 팔리지 않고 동시에 서점들은 경영난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모든 삶은 책 속에 있다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나 일선 학교마저도 책에 대한 중요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교육부·학교 애써 외면
학생들 지식 영양실조

올해로 만 30년째 운영을 해오고 있는 ‘명륜당서점’(대표 이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동아서적보다야 규모가 크다고는 하지만 규모 대비 매출면에서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출은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옥천과 같은 군단위 지역의 학생들을 무슨 수로 동일시 한단 말인가. 대도시에서는 창의적 교육방법이 먹혀들지 몰라도 아직 옥천과 같은 군단위에서는 주입식 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들이 서울대학교 합격에만 모든 힘을 쏟고 있는데 옥천에서 1년에 몇 명이나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겠는가. 나머지 학생들은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교육부도 문제지만 일선 학교도 문제다”

“정부와 충청북도가 추진중인 ‘행복씨앗학교’도 문제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웃으며 살 수 있는 그런 교육을 실현시킨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 말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창의적 교육, 아직은 시기상조다. 지역별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북페이백’ 사업 일단은 환영
하지만 시행은 미지수

이런 가운데 옥천군이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후 기일 내에 반납하면 책값을 돌려주는 ‘북페이백’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이 굳이 군민도서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희망도서를 신청, 구입한 후 해당 도서를 서점에 반납하면 군은 해당 책값을 서점에 돌려주는 사업이다. 반납된 도서는 군민도서관 장서로 입고된다. 이를 위해 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사업비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도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 군 관계자는 “군의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시스템 구축을 거치고 나면 실제 운영은 올해 말에야 정상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2021년 8월 말 현재 옥천군민도서관에는 약 8만여 권의 장서가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950권의 희망도서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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