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홍시, 감이 익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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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홍시, 감이 익어가는 계절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1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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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로 익어 가는 옥천의 감
홍시로 익어 가는 옥천의 감

근래들어 옥천의 일교차가 제법 커졌다. 밤엔 찬바람이 느껴지고 쌀쌀하다. 아직은 부산에서 살던 기억이 남았는지라 남쪽은 아직 이렇진 않은데 하며 새롭게 찾아온 계절을 처음 경험한다. 옥천에서는 뭐든 처음이고 낯설기보다 새롭고 궁금하고 재미있다. 

처음 맞이하는 옥천의 가을, 새벽 아침엔 안개 낀 날이 많다. 이 현상은 이제 강하게 각인됐다. 10월 초순인데 벌써 감들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있다. 정말 탐스럽게 예쁘게 익어가는 감이 눈에 띄었다. 아직 홍시는 아니지만 광채를 내며 말을 걸었다. “나를 봐줘요”라며 속삭이듯이 말이다. 함께 있던 그 많던 잎은 떨어져 나가고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있다. 한겨울도 아닌데 찬바람에 어쩌나 “옷도 없이 춥겠다” 하며 대답해 줬다. 밤이나 해가 없는 날을 생각하면 옷이라도 입혀줘야겠다 싶다.

홍시를 좋아하는 만큼 홍시에 대한 추억도 떠오른다. 지금처럼 감이 익어가던 때이다. 어릴적 외갓집에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집 마당이 꽤 넓어 집 마당 입구, 뒤뜰, 외양간, 대나무밭, 우물가, 사랑채 앞까지 감나무가 있었다. 나는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늘 올려다 봤다. 어린 마음에 홍시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아직 감이 익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라고 말했던 외할머니가 밉기도 했었다. 참다못해 홍시가 먹고 싶어 나무에 올라갔다. 대나무 작대기로 감을 딸 힘이 없어 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나무에 올라간 것까진 좋았지만 감만 딴게 아니라 가지를 부러뜨리고 만 것이다. 감 하나와 두꺼운 나뭇가지 하나를 바꾼 것이다. 그렇게 딴 덜 익은 홍시를 먹었다. 그 홍시 맛은 그땐 꿀 맛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떫었을 텐데 그땐 왜 그리 맛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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