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빨리 먹는 습관이 좋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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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빨리 먹는 습관이 좋지 않은 이유는?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10.1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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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소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 단지 소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이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비만한 사람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식습관 중에는 식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비만한 사람 중에 미식가는 거의 없다. 즉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기보다는 허기증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만한 사람들이 성격이 느긋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성격이 급한 사람이 많다. 할 일을 생각하느라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되도록 빨리 식사를 마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혈당을 빨리 올릴 수 있는 단순당류 형태의 탄수화물 식품에 더 끌리게 된다. 또 정상적인 식사도 10분 이내에 후다닥 식사를 마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빨리 목구멍을 넘긴 음식은 위에 채워져서 당장 급한 허기증을 우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이유는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그렐린은 위가 비어있을 때 약 30분 간격으로 분비되어 뇌의 공복중추에 작용하여 지속적인 허기증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허겁지겁 목구멍을 넘겨서 위에 도달한 음식물이 그렐린의 분비를 억제하여서 일차적인 허기증을 감소시켜주는 것이다. 

또 위 하부에서 분비되는 콜레시스토키닌(CCK)이라는 신경전달물질도 포만감을 갖게 해준다. 콜레시스토키닌은 혈액을 통하지 않고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포만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음식물이 위를 떠나 십이지장을 거쳐 작은창자에 이르면 십이지장에 이르는 위의 유문이 닫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위의 하부에서는 콜레시스토키닌이 분비되어 배가 차서 음식이 더 들어오기 힘들다는 신호를 뇌의 포만중추에 보낸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뇌의 포만중추를 작용하여 완전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넘기게 되면 일차적인 허기증은 면하지만 소화의 초등단계를 소홀하게 하였기 때문에 작은창자에서 음식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흡수하기까지의 시간은 더 걸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당이 상승하기까지 시간은 오히려 지연되게 된다. 또 혈액으로 흡수된 혈당이나 지방산과 같은 에너지원이 지방조직에 보내지면 지방조직에서는 렙틴(leptin)을 분비하는데 렙틴은 식욕중추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다. 

이처럼 혈당의 상승과 렙틴의 분비에 의해 완전히 배가 부르다는 만족감을 느끼기까지는 적어도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배가 고파 허겁지겁 5분 만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 치우고 조금 허전해서 한 공기를 더 먹었더니 나중에 배가 터질 듯한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습관적인 과식은 포만감을 느끼는 뇌중추의 기준값이 더 높게 설정되는 원인이 된다. 포만중추의 기준값 자체가 상향조정되면 이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먹을 때 20번 이상 씹으면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또 천천히 씹는 버릇은 장의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장 내에 서식하는 유익한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한다. 반대로 유해한 작용을 하는 미생물들도 장내에 서식하고 있는데 잘 씹지 않고 음식을 넘기면 장 내에서 이를 더 작은 단위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인돌, 황화수소, 암모니아와 같은 유해가스가 더 많이 생성된다. 이렇게 되면 유해세균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살기 힘든 환경이 되고 만다. 

이처럼 장 내 미생물 균형이 파괴되고 프로바이오틱스가 감소하는 장내 환경도 비만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이어트는 음식을 잘 씹어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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