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상태바
보은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21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에 있는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216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의좌상의 모습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에 있는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216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의좌상의 모습

마애여래의좌상’, 이 불상은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의신이 창건한 법주사 내에 있다. 

법주사는 2009년 12월 사적 제503호로 지정된 사찰로 2018년 6월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뛰어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의신 조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법이 머물렀다는 뜻에서 법주사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법주사 내에는 사찰 뿐 아니라 탑과 불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아름다운 속리산과 절 내를 함께 감상하고 공부하면 우리의 뛰어난 예술문화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법주사 내에 있는 여러 문화재 중 하나인 ‘마애여래의좌상’은 법주사 내 자연암반에 의자에 앉은 형상의 여래상을 부조로 조각한 고려시대의 불상이다. 크기는 전체 높이 5m, 연화대좌석 높이 2.84m, 평면연화석 폭 2.27m이며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216호로 지정됐다. 신라시대의 삼화령석조미륵불의상과 함께 매우 희귀한 의상(倚像)에 속하는 작품이다.

불상의 머리는 마애불에서는 보기 드문 나발(螺髮)이며 육계(肉髻)는 작으나 한가운데에 장엄구(壯嚴具)가 있다. 우견편단(右肩偏袒)의 납의(衲衣)는 발까지 늘어졌고 가슴에 흐르는 옷주름은 매우 유려하다. 불상은 커다란 연봉(蓮峯) 위에 걸터앉아 있으며 두 발은 각각 연판(蓮瓣) 위에 올려 놓았다. 불상의 오른쪽 암면에는 음각으로 짐을 실은 말을 끄는 사람, 말 앞에 꿇어앉은 소 등을 묘사했다.

연꽃의 대좌 위에 두 다리를 걸친 자세로 두 다리를 한껏 벌리고 앉아 있어서 두 다리가 각진 것처럼 보이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직각에 가까운 형태는 어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무릎에서 팔로 이어지는 선을 연장하면 직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즉, 기하학적인 구도로 되어 있다.

낮은 육계와 규칙적이면서도 특이한 나발·계주(髻珠) 등도 기하학적이다. 얼굴은 갸름하면서도 원만하다. 하지만 치켜 올라간 눈초리, 길면서 빈약한 코, 작은 입, 정면을 향하고 있는 도식적인 귀, 군살이 진 턱 등에는 추상성이 보이고 있다.

얼굴에 보이는 추상성은 도식적인 삼도(三道), 수평적인 어깨, 직각적인 팔, 유난히 잘록한 허리, 삼각형적인 상체, 수평적인 무릎과 직선적인 다리, 규칙적인 옷주름, 날카로운 연꽃의 형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얼굴에 표현된 미소는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설법인(說法印)을 짓고 있는 모습과 더불어 능숙하면서도 숙달된 조각 기량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특징은 1350년(충정왕 2)에 제작된 미륵하생경변상도의 불상 표현과 친연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고 이 불상이 새겨진 암석 바로 앞에 있는 바위 면에 조각된 지장보살상과 미륵불 바로 옆에 새겨진 설화도(說話圖)들은 이 불상들이 법상종의 신앙으로 조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즉, 이 불상은 당시의 신앙을 알려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