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대청호, 옥천의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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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대청호, 옥천의 데칼코마니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2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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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함을 자아내는 안개낀 대청호의 데칼코마니
신비함을 자아내는 안개낀 대청호의 데칼코마니

옥천은 대청호가 흐르기에 물이 많은 고장이다. 그래서 대청호는 5만 옥천 군민의 젖줄이라 일컫는다. 넓고 푸른 바다, 반짝반짝 빛나는 백사장은 볼 수 없지만 큰 호수와 사방으로 두른 산,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감상하는 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옥천의 주변 자연환경에 호기심이 일어 부소담악, 용암사, 대청호를 다니며 그 빼어난 경치를 감상했다. 

오늘은 옥천 구경으로 대청호를 찾았다. 이곳에 펼쳐진 호수는 바다요, 산은 백사장, 여기에 앉아 가을 일광욕을 즐길 준비가 됐다. 산과 호수의 기묘한 풍경에 해운대를 옮겨다 놓고 요리조리 혼자서 끼워 맞추며 안개 호수 대청호에 한참을 넋 놓고 빠졌다. 

만약 여기를 막스 에른스트가 지났다면 어떤 그림을 상상했을까 궁금했다. 오래전 데칼코마니를 미술에 사용해 창작했던 그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떠나는 예술의 산책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안개 호수 길을 걸었다. 안개의 몽환은 여기가 20세기 중엽인지 21세기인지 주변은 온통 안개와 산, 호수, 호수에 비친 산, 자연이 만든 기하학적인 세계만 있을 뿐이었다.

진짜 산이 산인지, 호수에 비친 산이 진짜 산인지 산과 호수를 뒤덮은 안개는 더 묘하게 퍼즐을 풀라고 던져 놓았다. 퍼즐을 옮기며 하나하나 꿰서 맞춰 잡았다. 진짜 산을 발견하면 호수의 산을 연결하고 나무를 찾으면 물에 비친 나무를 연결했다. 작은 갈대 섬이 맞추기 어려웠다. 잠시 헤맨 사이 안개가 훼방을 놓았다. 맞춰 놓았던 산과 나무는 어느새 희미해 흩어져 버렸다. 아, 내가 지금 정월 대보름 도깨비처럼 체의 구멍 새듯 헤매고 있는가 싶었다.

산과 호수, 안개가 만들어 내는 대청호의 비경, 그 어느 곳이 이런 신비한 풍경을 선물할까 하는 생각에 옥천의 데칼코마니를 찾는 여행, 몽환이 선사한 넘치는 즐거움과 행복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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