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아버지의 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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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아버지의 낚시터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2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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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시용 고무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대청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시용 고무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옥천의 수몰된 마을들, 1975년 대청호 댐이 건설되면서 많은 집들이 사라졌다. 안터마을 대청호 교각 아래로 차가 들어갈 만한 길이 있어 호수 물 앞까지 30m 정도 진입이 가능했다. 지금은 끊어진 길. 

대청호수에 길이 잠겼지만 예전엔 이 길로 장계유원지까지 차가 다녔다. 40년도 더 지난 세월에 이곳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누가 이 호수를 보며 차가 다녔던 길이 있었다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고깃배와 순찰정이 깊은 호수 위를 떠다니고 청둥오리들이 물 위를 노닐고 있는데 말이다.

이른 아침, 한 낚시꾼이 낚시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짐을 챙겨 정리한 후 자동차에 보트를 쇠고리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밤을 새웠다는 낚시꾼, 대전이 집으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곳 대청호수에 낚시하러 온 인연으로 여기서 낚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서인지 아버지로부터 배웠던 낚시는 어느새 4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도 찾고 있었다. 그는 “50대 초반의 나이에 40년 넘게 낚시를 다녔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이곳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많은 기억 중 아버지와 다닌 낚시터. 한땐 이 차도를 아버지와 함께 달렸는데 수몰되어 끊어진 차도는 호수 안에서 지난 역사를 간직한 채 물속으로 뻗어 있다. 오늘도 그 물 위에서 밤을 새우며 낚시를 했다.

그가 밤새 잡아 올린 민물 장어 한 마리를 보여주며 사진 한 장 남기라고 권했다. 꽤 힘이 올라온 큼직한 녀석으로 이제 3년쯤 된 장어라고 했다. 긴 세월에 장어를 잡아채는 손놀림이 꽤 익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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