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똑똑한 이장보다는 만만한 이장 되고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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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똑똑한 이장보다는 만만한 이장 되고 파”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0.2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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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 현리1리 전상현 이장
“좀 더 만만하고 바보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전 이장은 “주민 화합만 잘 된다면 마을발전은 덤으로 따라 온다”고 했다.
“좀 더 만만하고 바보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전 이장은 “주민 화합만 잘 된다면 마을발전은 덤으로 따라 온다”고 했다.

‘주민 화합만 잘 된다면 마을 발전은 덤’이라며 말문을 여는 옥천군 안내면 현리1리 전상현(64) 이장.

전 이장은 지난 세월 건강보험공단에서 평생을 보냈다. 물론 고향 현리를 단 한번도 잊거나 떠나 본적도 없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쉽사리 떠날 수도 없었지만 고향만큼 넉넉하고 푸근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전 이장의 주업은 축산업이다. 지금도 8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전 이장은 여느 농부 못지않게 부지런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6년 전부터 현리1리 이장을 맡고부터는 눈에 띌만큼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면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르신은 곧 부모님과 같다라는 생각에서다. 

4년 전 이맘때, 장계리에서 현리를 관통하는 4차선 도로는 늘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들에게는. 그동안 답답했던 교통이 시원하게 뚫리는건 좋았지만 그만큼 교통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르신 안전 위해 신호등과 가로등 설치

이때 전 이장은 ‘걸음걸이도 힘든 어르신들이 도로를 횡단하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는가’ 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대부분 휠체어나 유모차에 의지하며 걸음을 걷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이 문제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과속단속 카메라와 가로등을 설치하겠다’고.

이때부터 전 이장은 사방팔방으로 발품을 파기 시작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염치도 모두 내려 놓아야만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드디어 목적을 달성했다. 주민들이 너무도 좋아했다. “전 이장이 아니었으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마음 놓고 다닐 수도 없었는데 전 이장 덕분에 이제는 밤이나 낮이나 안전하게 마실을 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 이장은 내친 김에 또 하나의 일을 저질렀다. 그간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지목되어 온 서대저수지가 축조된지 오래돼 저수지 곳곳에 균열이 가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발품을 팔았다. 저수지 관련 기관이란 기관은 안 찾아간 곳이 없었다. 결국 저수지 개보수 작업에 필요한 비용 50억 원을 따내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이번에도 주민들은 전 이장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똑똑한 이장보다는 ‘만만한 이장’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현리1리 역시 귀농·귀촌인들 문제로 상당 부분 껄끄러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공동체 일원이기에 가능한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합니다”라는 전 이장은 “아무리 까다로운 귀농·귀촌인들도 막상 만나 져주고 말을 들어주면 어느 순간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됩니다”라고 했다. 그러한 배경에는 ‘무조건 져주고 바보같을만큼 낮은 자세로 대하면 안 풀일 일이 없다’는게  전 이장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전 이장은 모든 마을 주민들을 융복합사업에 신청토록 해 지금은 아무리 많은 전기를 써도 기본요금 정도 밖에 안나오도록 했다. 게다가 간이상수도를 지방상수도로 교체해 물걱정없는 마을로 만들었다. 여기에 오랜 세월 매워져 있던 파출소 앞 수로를 걷어 내 본래 모습으로 바꾸는 등 전통복원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천성이 순박한 시골 주민들은 똑똑한 이장보다는 바보같이 만만한 이장을 더 선호합니다. 지금도 더 만만한 이장이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금년 10월 말 현재 현리1리는 180가구에 220명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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