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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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서
  • 최경희 옥천교육지원청 교육장
  • 승인 2021.10.2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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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제대로 가을을 다 만끽하기도 전에 찾아온 10월. 

가을 한파로 쌀쌀한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고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낮 따뜻한 가을 햇살이 청명한 하늘과 어울려 ‘아! 넘 예쁘다’를 외치며 미소 짓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도 많습니다. 풍요의 계절, 천고마비,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남자의 계절 등등. 또 가을은 희생과 인내라는 단어들도 떠오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봄은 새 생명을 싹틔워 여름에 넘겨주고, 여름은 뜨거운 태양의 힘을 빌려 키우며 슬며시 가을에게 내어주고 사라지지요. 힘만 드세져 빳빳해진 여름의 소산물을 인계 받은 가을의 희생은 이때부터 시작되지 않을까요? 

여름 내내 먹고 살찌워 힘줄 솟은 굵은 줄기의 우악스러움과 다른 색과의 조화조차 손사래 치며 녹색 일변도를 고집하던 여름의 향연을 아낙의 섬세한 손길처럼 소소히 불어주는 가을바람에 춤추면서 영글고 오색의 색깔을 더해 고개 숙이게 하지요.

가을이란 명약은 서슬 퍼렇던 녹색의 자연에게 조화를 일깨우며 섞이게  하여 만들어지는 울긋불긋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게 합니다. 서로 어울려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조화를 이루어가며 스스로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 가을이야 말로 희생, 인내의 계절이라 할 수 있겠지요.

가을이 오면 누구나가 왠지 모를 고독감과 쓸쓸함에 사색가가 되고 모두가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 익어가는 가을, 깊어가는 이 가을에 오래된 생각이나 고민과 갈등들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일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들만을 남기며 겨울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바람 분다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그런 가을을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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