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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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0)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11.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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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꽃

옛날 금강산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사냥꾼에 쫓기는 산짐승을 많이 구해 주었다. 어느 겨울날, 토끼 한 마리가 눈을 파헤치고 뿌리 한 덩이를 캐내어 핥고 있었다. “토끼야 무엇 하느냐?”고 묻자 “제 주인이 병이 나 약을 찾고 있다”며 사라졌다. 농부가 그 뿌리를 캐 혀를 대어 봤더니 너무도 쓴지라 속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산신령이 나타나 “조금 전 토끼가 바로 나인데 네가 산짐승 생명을 구하는 착한 일을 했기에 그 약초를 내리니 약으로 빚으라”고 했다. 농부는 그 약을 팔아 잘살게 되었는데 용의 쓸개라 불리는 용담뿌리였다. 

키 높이가 20~60cm이고 4개의 가는 줄기가 직립하나 개화기에는 옆으로 누우며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도 하고 예두 원저(잎끝이 짧고 뾰족하며 바닥이 원형인 모양)이다. 길이 4~8cm 나비 1~3cm로 3맥이 있으며 표면은 녹색이다. 꽃은 8~10월에 피고 길이 4.5~6cm로 자주색이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리며 포는 좁은 피침형이다. 꽃받침 통은 12~18mm, 꽃부리는 종형이며 가장자리가 5개로 갈라지는데 매우 아름답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란 꽃말을 가진 유용한 야생화이다. 

로사캠피온

깊은 산 속 작은 암자에 스님과 동자승이 함께 살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스님은 동자승을 홀로 암자에 남겨두고 겨울나기 준비를 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폭설이 내려 스님은 도저히 암자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걱정으로 날을 지새우다 이른 봄 눈이 녹은 다음에야 겨우 암자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안타깝게도 동자승은 아랫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앉은 채로 얼어 죽고 말았다. 동자승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그보다 더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죽은 것이다. 

스님은 동자승을 바위 아래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는데 그해 여름 동자승이 묻힌 무덤가에는 동자승의 발그스레한 얼굴을 닮은 꽃들이 피어났다고 한다. 

아기동자가 노스님을 기다리는 슬픈 사연이 있는 이 꽃은 가을까지 기나긴 기다림의 꽃이 핀다고 한다. 꽃대는 꽃이 지고 나면 다시 곁가지를 올려 또 꽃대를 만들며 계속해서 꽃을 피우게 된다. 꽃은 다섯 장의 꽃잎이 붉은색으로 피는 로사캠피온, 꽃말은 ‘기다림’ 이다.

배풍등

길가 들판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해살이 야생화이다. 줄기는 3m까지 자라고 끝이 덩굴처럼 된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으로 길이 3~8cm 폭 2~4cm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 모양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1~2쌍의 조각으로 갈라진다. 꽃은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흰색, 화관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뒤로 젖혀진다. 꽃도 예쁘지만 구슬 같은 빨간 열매가 앙증맞다. 동아시아에 분포, 자생하는 배풍등은 ‘참을 수 없음’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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