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오래하면 말썽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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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오래하면 말썽 생깁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1.0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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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항곡리 이남준 이장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오래 맡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이남준 이장은 자신 스스로 이장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바꾸고 연임도 1회로 제한했다. 가능한 여러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게 진정으로 마을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오래 맡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이남준 이장은 자신 스스로 이장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바꾸고 연임도 1회로 제한했다. 가능한 여러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게 진정으로 마을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장 3년 차에 접어든 군북면 항곡리 이남준(75) 이장. 당시만해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에 이 이장은 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ROTC로 입대해 중위로 제대 후 곧바로 공직에 몸을 담았다. 그래서 이 이장은 늘 동네 주민들의 화제거리였다.

그런 그가 삶의 대열에서 모든걸 내려놓고 지금의 항곡리에 터를 잡았다. 아내의 고향이 항곡리였기 때문.

처음 항곡리로 이사를 오면서 마을 총무를 맡았다.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총무로 떠민 것이다. 그렇게 7년여를 총무 일을 보던 어느 날, 마을 주민들이 이번에는 전 이장을 중도 하차 시키고 총무인 자신을 이장으로 천거했다. 당연히 사양했다. 나보다 더 유능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이장으로 세워야 한다고.

하지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주민들의 뜻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수락을 했다. 그리고 조건을 달았다. “제가 이장이 되면 현 3년 임기제를 2년으로 하고 1회만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처음 이러한 제안을 할 때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남들은 이장 임기를 늘리고 가능한 오래 하려고 안달인데 이장 자신이 앞장 서 임기를 짧게하고 연임도 1회로만 제한을 하자니 선뜻 납득이 되질 않았다.

오래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돼 있어
여러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게 순리

“오래 고인 물은 썩게 돼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오래하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조직이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일을 할 때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이장은 이장 임기도 임기지만 지난 세월 마을기금이나 재정현황에 대해서도 전면 오픈했다. 시쳇말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됐었다. 변변한 마을장부 하나도 없었다. 마을기금이나 회비 등은 특정인의 수중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몰랐다. 주민들 또한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늘 궁금해하고 이상하게 여기고 있음을 잘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재정현황을 투명하게 운영키로 마음먹고 모든 재정에 대해 그때그때 마을회의에서 공개를 하고 수입과 지출에 대해 낱낱이 보고를 했다. 

바로 이러한 투명운영은 주민 간 신뢰를 구축하고 미래의 마을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돌팡깨식당’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

다른 마을과 달리 항곡리 입구에는 돌로 만든 공원이 보인다. 특히 꽃이 만발하는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보러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이곳 맞은편에 ‘돌팡깨식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인다. 이 식당은 마을기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세월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 이장이 이장을 맡고부터 전면 혁신을 일으켰다. 3인 1조로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다. 당연히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은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매월 적잖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항곡리영농회’도 조직했다. 10명의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항곡리 발전을 위해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다. 이들이 비록 농사경험은 부족할지 몰라도 기성세대가 따라갈 수 없는 민첩성과 번뜩이는 시대적 감각을 마을발전에 적극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가능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도와 줄 생각이다.

하늘이 준 마지막 봉사 기회

“나 역시 적지 않은 나이다. 그래서 내년까지만 이장을 하고 그만둘 생각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사람이 너무 오래하면 아무리 잘해도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다. 그게 사람살이다. 남은 1년 최선을 다해 마을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아마도 하늘이 나에게 마지막 봉사 기회를 준 것 같다”.

 이 이장은 현재 군북면이장협의회 부회장과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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