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옥천 석탄리 유적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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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옥천 석탄리 유적지에서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1.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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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동이면 안터1길 36에 있는 짙은 새벽 안개 속 옥천 석탄리 유적지 모습.
옥천군 동이면 안터1길 36에 있는 짙은 새벽 안개 속 옥천 석탄리 유적지 모습.

안개가 이끄는 몽환 속 세계, 눈앞도 분간이 어려운 짙은 안개 속은 그야말로 상상과 모험의 세계다.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아드레날린이 충분히 분비될 만한 뜬눈으로 꿈꾸는 경험이다.

저 앞에 길쭉하게 우뚝 솟고 길게 누운 큰 물체들이 보였다. 하나 둘이 아닌 10개도 아니 20개도 더 넘어 보였다. 안개 사이로 드러난 어렴풋한 검은 형체, 주변으로 크고 작은 형체들이 검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전봇대인가 기둥인가 나무인가 괴수는 없을 테고’라며 혼자만의 상상으로 헤맸다. 안개 속을 가르고 들려오는 새소리는 긴장을 넘어 내 숨구멍을 눌렀다. 

‘쥬만지’를 봐서일까 ‘인디아나 존스’를 봐서일까.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불러오며 난생 처음 와본 곳에서 인적없는 조용한 새벽에 그저 가슴만 콩닥콩닥 발걸음은 그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거대한 형체와 새소리에 끌려가는 신기하고 신선함, 차가운 공기가 현실임을 인지시키는 가운데 꿈과 현실을 오가는 오싹함, 앞이 가까워 지면서 하나하나 형체는 현실의 사물로 드러났다. 그제 서야 안도했다.

누웠던 물체는 큰 고인돌이고 거대하게 서 있는 물체들은 여러 개의 큰 장승이고 기이한 모양으로 우뚝 서 있던 형체는 선돌들이었다. 안내판 글을 읽으며 석탄리의 선사시대 유적지임을 알았다. 안개에 쌓였던 형체들의 정체를 확인했음에도 여전히 안개를 가르며 들려오는 새소리, 과거시대 어딘가에 와 홀로 서 있는 기분은 그대로였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약간은 두려우면서도 두렵지 않은 신비한 안개 속 새벽 분위기를 즐겼다. 

여기가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 같았다. 마른 풀숲이 만들어 낸 지평선 끝까지 자욱한 안개, 여전히 꿈과 현실을 헤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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