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석탄1리,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여기는 내 땅, 아무도 다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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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석탄1리,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여기는 내 땅, 아무도 다닐 수 없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1.1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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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년 사용해 오던 길 라바콘으로 막아
자식 때문에 주민들 부모와도 말 안 건네
“이런 문제는 군에서 해결하는게 맞아”
“돌아가신 아버지 욕하는건 모욕행위 그 자체”
지난 수 십 년 동안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로 사용해 오던 길을 어느날 갑자기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통행로를 막아 버린 동이면 안터마을 내부 모습. 차량이 통행할 수 없어 택배는 물론 주민들도 모든 짐들은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들어가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로 사용해 오던 길을 어느날 갑자기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통행로를 막아 버린 동이면 안터마을 내부 모습. 차량이 통행할 수 없어 택배는 물론 주민들도 모든 짐들은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들어가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예로부터 인심좋고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자자한 동이면 석탄1리. 속칭 안터마을. 이 마을 주민들은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고 어느 집 아들이 대기업에 취직을 했으며 어느 집 딸이 아들을 낳았는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지낼 정도로 주민 모두가 친척이요 형제처럼 지내던 마을이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주민들 간 대화도 끊기고 서로가 얼굴도 보려하지 않는 매우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 스치기만 해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분위기다.

지난 5일 안터마을을 찾은 기자의 지레짐작은 금세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자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에서 뭔가 음산한 느낌을 받았다면 지나친 추측이었을까. 

제보자가 알려준 문제의 장소 안터길 11-1번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마을 입구 정자에서 50여 미터 들어가자 도로 위에 뭔가가 눈에 들어 왔다. 30㎡ 남짓되어 보이는 해당 부지에는 분명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빨간 원통형 모양의 ‘라바콘(일명 꼬깔콘)’이 보였다. 그리고 주위에는 철제펜스가 둘러져 있고 나일론 끈이 연결돼 있었다. 누가 봐도 ‘이 땅은 내 땅이니 아무도 지나가지 못한다’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밤에 펜스 설치
자식들로 인해 원수 아닌 원수

도대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선 문제의 장소 인근 지역에 주민을 만났다.

“모르긴해도 4~5개월 전부터 막아 놓았을겁니다. 막아 놓은 땅이 자기 땅이라며 아무도 다닐 수 없다는 겁니다. 주민들도 주민들이지만 특히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택배 아저씨들에게 못할 짓을 시키고 있는거죠”(A씨)

“라바콘으로 막아 놓은 땅은 최소 50~60년 전부터 주민들의 통행로로 사용돼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지에서 살던 주인의 자식들이라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더니만 아무도 모르게 밤 사이에 저렇게 막아 버렸지 뭡니까”(B씨)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해당 부지는 오랜 세월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해 온 길로써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 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땅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어느날부터 드나들기 시작하더니만 주민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버렸다는 것. 더욱이 해당 부지에 살고 있는 집주인과 주민들과는 오랜 세월 허물없이 지내오던 사이였는데 지금은 자식들로 인해 원수 아닌 원수지간이 돼 버렸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단순히 도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버린 것에만 있지 않았다. 해당 부지와 인접해 있는 주민들도 애먼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안터길 11-2번지에 사는 주민 C씨는 “앞집에 사는 사람이 도로를 막아 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담을 헐고 길을 내 다니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했다. 또 아랫집인 안터길 9번지는 11-1번지 주인이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해 집을 지었다며 담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 놓고 당장에 땅을 내놓으라며 나일론 끈으로 대문마저 막아 버렸다.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했다. 이 집은 나이 드신 어르신이 혼자 사는 관계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답답한 심정만 삭히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군이 해결하는게 맞다
해결위해 대화시도했지만 결국 결렬

주민 A씨는 “지난 세월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런 행패를 부리는 속을 알 수가 없다. 정히 자신의 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억울한 생각이 들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게 아니라 옥천군에 건의를 해서 사용료를 내라고 하든지 아니면 마을에 말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 이들처럼 행동을 한다면 아마도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자유롭게 길을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의 토지는 도처에 존재해 있다. 그래도 아무 말이나 조건없이 사용하도록 묵인해 주고 있다. 그게 우리네 정이자 시골 인심이다”고 했다.

주민 B 씨도 “부모시대는 정도 있고 양보도 할 줄 아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먼지만큼의 손해도 보려하지 않는 시대가 돼 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그들도 언젠가는 더 큰 피해를 입는게 자연의 순리다. 자식들의 일탈로 인해 괜히 부모들만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지금 주민들은 그들의 부모와 말도 걸지 않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돼버렸는지 모르겠다”.

석탄1리 유관수 이장도 “아무리 사유지라지만 사람 다니는 길을 막는다는건 있을 수 없다. 일단은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터놓고 대화로써 문제를 풀어야지 무작정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지금 안터마을은 이 일로 주민 모두가 마음에 금이 가고 있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마을보다는 군에서 해결하는게 맞다고 본다. 군이라는게 뭔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존재하는게 아닌가. 나 자신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 번이나 당사자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도무지 대화가 안된다.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민들의 통행을 막아 버린 당사자는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 D씨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도록 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묻고 싶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은 단 한 뼘의 땅도 내놓지 않으면서 나한테만 땅을 내 놓으라고 하는 건 결국 나만 손해 보라고 하는건데 그건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 해당 부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내놓으면 나도 내 놓겠다”고 했다. D씨는 이어 “더욱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왜 욕하느냐, 생전의 아버지는 이장을 지내실 때 가능한 주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으며 포기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아버지를 욕하는건 참을 수 없다. 게다가 커피봉지로 내 뺨을 때리는 행위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모욕행위 그 자체다”고 했다. 

동이면 곽상혁 면장은 “계속해서 주민을 대상으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설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동이면만의 일이 아니기에 더 이상의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한편, 동이면 올목마을 주민 김 모 씨는 개인 소유 부지 400여 평을 주민들이 주차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내놔 같은 지역 안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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