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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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정책’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1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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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정확히 111일 남았다. 이번 선거는 역대 여느 선거보다 더 치열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난 세월 단 한번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후보 출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경선가도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러한 이유로는 그들의 공약이나 행태들이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는 설득력이 없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을 터. 

즉, 신선함이나 설득력 없이 그저 낡은 부대에 담겨 있던 캐캐묵은 공약(空約)들을 마치 새로운 공약(公約)인 양 내세우고 있으니 어느 유권자가 박수를 칠 수 있으랴. 더욱이 실현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그런 것들을 줄줄이 꿰고 있으니 말이다. 

금년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49개의 크고 작은 정당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다 아는 정당을 제외하고 특이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정당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혁명당’. 이 정당은 오랜 세월 유권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온 정당이다. 물론 아직 단 한번도 당선된 적은 없지만 매번 대선때마다 주목을 끌고 있는 건만은 확실하다. 그 정당이 이번에도 출사표를 던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며칠 전 일부 언론에 ‘국가혁명당 33정책’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문제는 이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이 기존 정당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상당 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하더라도 당선 여부를 떠나 유권자들은 그들의 행동에 많은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슬며시 베시시한 웃음도 머금는다.

우선 이 정당은 내년 대선을 두고 기존 정당들과 달리 ‘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부터가 다르다. 자칫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냄새를 풍기는듯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뭔가 다르고 독특한 정책을 내건 것만은 사실이다. 

먼저, ‘정치혁명’의 경우 현재 300명 정원의 국회의원 수를 200명을 없애고 100명만 남겨 두며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군·구의회 의원도 포함된다. 단체장 선거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그들이 유권자(국민)들의 편에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에 혈안이 되어 왔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혼혁명’ 역시 결혼자금 1억 원과 주택자금 2억 원을 주겠으며 출산수당도 5천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연애수당’도 매월 20만원씩 주겠단다.

‘징병혁명’은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군대의 징병제를 원하는 사람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모병제로 바꾸고 수능시험을 폐지하여 중·고교에서 배운 과목 가운데 수험생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한 과목만으로 가고픈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정당은 왜 이러한 공약들을 걸었을까. 단순히 유권자들로 하여금 흥미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이러한 공약들이 실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물론 해당 정당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상당 수 유권자들의 생각일게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들이 왜 나올 수 밖에 없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언제 어떤 모양새로 그 살얼음이 깨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 빛일망정 미래를 꿈이나마 꾸어 볼 수 있도록 비전을 보여주길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에 대해 신물을 느끼고 있으며 누가 당선이 되든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체념에 침잠해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수를 1/3로 줄여 효율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것만 봐도 공감이 간다. 4년 임기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못한 것을 넘어 허구헌날 싸움박질에만 올인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무슨 국회의원이며 지방의회 의원도 권력기관이라고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그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유권자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누가 시·군·구의회의원이 되든 아무런 관심도 없다. 오로지 그들의 그림자에 영향을 받는 소수 권력층들만 애를 태우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서서히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세월 속절없이 사기와 권모술수에 속아 온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서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줄 수 있겠는가 하는데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컨대, 하지도 못할 일을, 능력 밖의 일을 한다고 세 치 혀로 내뱉을게 아니라 진정으로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가 아프고 가려운지를 알아내는,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후보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정녕,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후보는 나올 수 없는 메말라버린 토양이란 말인가.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모든 선출직)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일반 국민들과 달라도 뭔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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