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터의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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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터의 장어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2.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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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장어는 뱀처럼 길고 힘이 아주 좋다.
대청호의 장어는 뱀처럼 길고 힘이 아주 좋다.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장어. 오늘이 마지막 날인 줄도 모르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다녔다. 몸을 감았다 비틀었다 힘차게 풀기를 반복하며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았다. 물 안으로 햇살이 비칠 때면 장어의 하얀 배부분은 유난히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이 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떠다니며 물고기들을 부리로 잽싸게 낚아채고 있었다. 그 위로 왜가리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호시탐탐 물속을 노리고 있었다. 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속임수가 물속 친구들을 노리고 있었다. 

인간의 덫인 바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친구들이 운명을 달리 했는지 한 번 사라진 친구들은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이 살벌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벌써 3년째 이 물속을 헤엄치고 다녔다. 

이젠 터줏대감이라도 된 듯 물 속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녔다. 물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는 육감까지 갖췄다. 굵어진 몸과 날렵한 움직임은 근육질에 탱글탱글했다. 또 아주 쨉싼 몸놀림은 그 어떤 천적도 잡기 어렵게 피해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새벽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꿈엔들 알지 못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님과 용왕님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순간 인간이 놓은 떡밥을 덥썩 물어버렸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딱딱한 가시 같은 게 걸려 빠지질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틀어 빼내려 했지만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위로 쑥쑥 끌려가는 게 아닌가. 아뿔싸, 이거 큰일이 났다는 생각에 그간 떠나간 친구들이 떠올랐고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에 그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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