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장어. 오늘이 마지막 날인 줄도 모르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다녔다. 몸을 감았다 비틀었다 힘차게 풀기를 반복하며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았다. 물 안으로 햇살이 비칠 때면 장어의 하얀 배부분은 유난히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이 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청둥오리들이 떠다니며 물고기들을 부리로 잽싸게 낚아채고 있었다. 그 위로 왜가리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호시탐탐 물속을 노리고 있었다. 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속임수가 물속 친구들을 노리고 있었다.
인간의 덫인 바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친구들이 운명을 달리 했는지 한 번 사라진 친구들은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이 살벌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벌써 3년째 이 물속을 헤엄치고 다녔다.
이젠 터줏대감이라도 된 듯 물 속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녔다. 물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는 육감까지 갖췄다. 굵어진 몸과 날렵한 움직임은 근육질에 탱글탱글했다. 또 아주 쨉싼 몸놀림은 그 어떤 천적도 잡기 어렵게 피해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새벽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꿈엔들 알지 못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님과 용왕님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순간 인간이 놓은 떡밥을 덥썩 물어버렸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딱딱한 가시 같은 게 걸려 빠지질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틀어 빼내려 했지만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위로 쑥쑥 끌려가는 게 아닌가. 아뿔싸, 이거 큰일이 났다는 생각에 그간 떠나간 친구들이 떠올랐고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에 그만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