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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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5)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12.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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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기탈리스

고대 그리스로마 산화에서 제우스는 신전에 머물며 사람들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이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주사위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헤라는 제우스에게 주사위를 주워달라고 부탁하지만 제우스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워주지 않았다. 이에 헤라는 다른 신에게 주사위를 주워 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제우스가 이를 감안하여 다른 신들이 주사위를 가지러 내려가기 전에 이미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꽃이 바로 디기탈리스다. 

또 달리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땅 위의 여인들을 지켜주는 ‘쥬노’는 성미가 괴팍한 여신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여인들의 대수롭지 않은 실수에 화를 내며 황금빛 신좌 속으로 숨어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여인들은 지상에 어떤 불행이 닥쳐올지 몰라 불안해 하며 쥬노가 빨리 화를 풀고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좋아하는 제물을 바치고 노래도 부르고 기도를 올렸지만 쥬노는 이런 애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르는 체하고 신전 안에서 주사위 놀이만 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쥬노의 남편 쥬피터가 그만 용서해 주라고 요청까지 하지만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쥬노의 주사위 행동에 화가 난 쥬피터가 가지고 놀던 주사위를 구름 속으로 던져 버렸다. 던져진 주사위는 구름을 뚫고 하늘 아래로 떨어졌다. 쥬피터는 이를 확인하고 주사위를 디기탈리스 꽃으로 바꿔 버렸다. 디기탈리스는 1m 높이의 원줄기를 따라 달려 피는데 꽃 모양이 주사위처럼 네모졌다. 꽃말은 ‘불성실’이다.

세이지

세이지는 영어 이름인데 프랑스어 Sauge가 변한 말로 ‘건강하다, 치료하다, 오래 살게 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세이지는 2개 품종이 널리 알려져 있다. 꽃잎 전체가 빨강일 때는 ‘체리세이지’, 꽃잎 위아래 입술이 빨강이고 입술이 하양일 때는 ‘핫립세이지’로 불리는 허브식물이다. 워낙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우므로 유럽에선 ‘허브 가든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이지는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이용되었다. ‘세이지를 심어놓은 집에서는 죽어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영원히 살고 싶은 자는 5월에 세이지를 먹을 것’ 등등의 중세 영국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베란다나 정원에 세이지를 심어 놓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정의 행복’이 꽃말이다.

황금색국화

국화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둥근 꽃송이가 높이 달린 것은 하늘을 본받은 것이고 잡티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색이며 일찍 심어 늦게 꽃이 달리는 것은 군자의 덕이다. 찬 서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것은 굳세고 곧은 기상을 드러낸 것이며 술잔에 가볍게 떠 있는 것은 신선의 음식이다. 황금색국화 꽃말은 ‘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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