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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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려워진다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1.12.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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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쓴 산문 한 편을 달달 외우고 다녔다. 산책길에서 조용히 애벌 써놓은 글을 한 줄 한 자 틀리지 않게 꺼내 음미하며 잘되지 못한 부분은 머릿속으로 수정하곤 했다. 그리고 돌아와선 노트북을 잡고 생각한 부분을 수정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낸 카톡에 이런 것이 있었다. 80 먹은 남편과 76 먹은 아내가 한쪽에선 냉장고 문 앞에 가서 서 있고 한쪽에선 창문 앞에 가서 서 있는 다는 어느 분의 시였다. 사는 게 그렇다. 날고 기는 젊은 시절에야 냉장고 문 열고 서 있고 열려고 간 창문 앞에 서 있다는 말이 실감이나 날까.

머리에 흰색이 보이고 눈이 침침하기 시작하며 세월을 잡고 있다 보면 누구도 이 현상을 피해갈 수 없다. 100살이 넘은 어른도 펜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누구나 다 그런 복을 받을 수는 없다. 평범한 보통사람은 누구나 나이 먹으면 기억력 쇠퇴와 분별력 저하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언젠가 나와 연배가 같은 아주 유명한 작가가 이젠 단어 하나 선택하는 데도 애를 먹고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얘기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유명작가도 그럴진대 보통사람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다 사리나 논리에 닿지 않는 글을 써놓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하던 걸 손에서 완전히 털어내기도 힘들다.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농부가 나이 먹었다고 농사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밭고랑에 앉아 있다가 밭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늦게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 이력이 나는가 하는데 지금 절필할 수는 없다. 하다가 이젠 정말 아니다 하는 순간까지는 가야 한다.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늙은 것이다. 나이를 잊고 하다 보면 보통사람이 하는 이상으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분발하다보면 노화도 늦춰질 것이란 생각을 한다. 좌절, 의욕저하가 문제다. 정말 안 될 때까지는 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 나이를 잊고 사는 분이 또 있다. 바로 송해 선생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해서 그분의 근황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영화도 나오고 지금도 건재하신 것 같다. 송해 선생도 열심히 살고 열심히 하다 보니 예까지 왔을 것이다.

이리 되려면 우선 건강이 받쳐 주어야 한다. 건강이야 타고 나는 것이지만 내 노력에 따라 건강해질 수도 있고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건강을 망치는 생활을 덜하고 체력을 증진시키려 노력하면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이런 건 한두 달, 1~2년에 잠깐 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생활을 그리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올라가고 누구나 똑같이 건강하고 오래 살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한 체질을 만들려는 노력과 나이에 따라 당연히 오는 노화를 더디 오게 하려는 생활을 해야 한다. 젊어서 하던 폭음 폭식을 줄이고 매일 적당한 운동을 생활화 해야 한다.

글 뿐이겠는가. 자기가 하던 분야가 다 어려워진다. 조금하는 농사도 체력이 달리고 힘이 더 든다. 작년엔 그리 해서 실패를 했으니 올해는 이리 해야 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무얼 시정해야 할지 기록을 해놓지 않으면 작년 일도 생각이 안 난다.

인간은 세월 따라 노화해 가고 결국엔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정해진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들이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들다. 나이 먹으면 비우는 걸 배워야 하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게 잘되면 누가 걱정하겠는가.

법정(法頂)스님처럼 텅 비워야 충만해진다는 경지까지야 갈 수 없지만 작은 욕심이라도 털어내야 하는데 어렵다. 내가 욕심이랄 게 뭐 있겠는가. 그냥 더 오래도록 좋아하는 글쓰기나 하고 가족 건강하면 그 외의 것은 바라지 말아야겠다. 날이 점점 겨울 속으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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