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달리기 실력과 운동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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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달리기 실력과 운동효과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12.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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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달리기 실력을 동물과 비교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치타나 말과 같은 동물들과 비교한다면 사람이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열등하다고만 볼 수 없다. 계속해서 매우 긴 거리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릴 수 있는 능력, 즉 지구력을 놓고 보면 열등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탁월하다. 인간의 몸은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발달한 엉덩이 근육이 상체를 곧게 편 상태로 긴 다리를 이용해서 달릴 수 있고, 발은 아치 모양을 해서 반복적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구조이다. 더욱 결정적인 장점은 동물과는 다르게 털이 없는 피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피부에 털이 없고 땀샘을 갖고 있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땀을 흘림으로써 근육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어 체온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달릴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오래전 인류는 동물을 사냥할 때 장거리를 계속해서 추격하고 몰아서 마침내 동물이 지칠 때를 노려서 사냥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반면에 동물들은 두꺼운 털가죽을 갖고 있고 땀을 거의 흘리지 못해서 계속해서 달린다면 체온이 상승하여 견디지 못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면 몸 안에 열이 축적되어 뇌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나 치타가 사냥감을 덮칠 때 수백 미터 안에 사냥감을 잡지 못하면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1980년부터 시작된 마라토너와 기수가 탄 말이 대결하는 대회가 있다. 22마일(약 35km)의 황무지, 언덕, 개울을 건너면서 수백 명의 사람과 수십 명의 기수가 탄 말이 경주하는 대회이다. 물론 거의 말이 우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2004년 처음으로 휴롭이라는 사람이 말보다 2분 정도 앞선 2시간 5분 19초로 우승하였다. 이후 2007년에도 사람이 한 차례 더 우승한 기록이 있다. 말이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핸디캡이 있지만 말은 다른 동물과 달리 목, 가슴, 다리 부위에서 땀을 흘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의 장거리 달리기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반복적으로 달리기를 하면 근육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가장 뚜렷한 변화는 근육조직에 분포하는 모세혈관의 밀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근세포 하나당 모세혈관의 개수가 늘어남으로써 근세포로 더욱 많은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또한 운동하는 근육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피로물질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근세포 안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는 미오글로빈이라고 하는 물질이 증가한다. 이 미오글로빈은 빨간색을 띠고 있어서 미오글로빈이 많은 근육은 빨갛게 보인다. 예를 들어 수천 킬로미터의 대양을 날라서 건너는 철새들은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에 미오글로빈이 매우 많다. 또 귀여운 모습의 벨루가(흰돌고래)는 근육에 미오글로빈이 매우 풍부해서 숨을 참고 수심 1k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미오글로빈을 통해서 받아들인 산소는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세포 내의 소기관에 보내져서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는데 사용된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소이므로 ‘세포 내 발전소’라고도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평균적으로 세포 내에 400개 정도 있으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세포일수록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간세포는 약 1,000~3,000개 정도를 갖고 있으며 심장세포는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다. 근세포에는 평균적으로 1,500개 정도 있으나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두 배 이상 많고 미토콘드리아 각각의 크기도 더 큰 것으로 밝혀져 왔다. 

운동을 통해 얻어지는 이러한 변화는 모두 산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산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음으로써 에너지생성 능력이 증가하고 피로에 대해 견디는 힘도 더 강해진다. 이와 함께 적절한 달리기를 통해서 관절 부위의 결합조직에서 콜라겐 생성도 촉진되어 인대나 힘줄이 더 튼튼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인 달리기를 더욱 발달시켜서 더욱 건강한 몸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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