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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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48)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12.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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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부 이졸(吏卒)이 조헌을 지성으로 대하다

당시 죄인을 압송해 가는 이졸은 으레 뇌물을 징수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차지 않으면 온갖 방법으로 곤욕을 주었다. 그래서 죄인의 집에서는 비록 파산을 하더라도 이졸들의 욕심을 채워줘야 했고 큰 벼슬이나 이름 있는 현자라도 뇌물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조헌의 집은 몹시 가난했다. 설사 재물이 있다 하여도 그의 성품으로 도리에 벗어나는 뇌물을 줄 것도 아니었다. 주위의 지인들이 서로 상의하여 약간의 돈과 물건을 모아서 이졸에게 주었다. 

그러자 이졸이 말하기를 “내가 이곳에 올 때에 우리 동료들이 그곳에서 뇌물을 받지 말도록 나에게 당부했고 내가 사명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의 상관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했으니 내가 만약 이것을 받는다면 무슨 면목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설 수 있겠습니까” 하며 끝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그러자 우구(雨具)인 유립모(油笠模)를 주면서 “비록 보잘 것 없으나 비를 가릴 만하니 바라건 데 사양하지 말라”고 했으나 이졸은 내 바랑 속에도 있다며 끝내 받지 않았다. 

이졸들은 유배지까지 조헌을 모시고 가면서 시중드는 것을 마치 그의 종같이 하였으며 귀양지에 이르러서는 조헌이 거처할 집을 수리하고 지붕을 고치면서 수일을 머물며 돌아가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조헌이 빨리 돌아가서 복명(復命)할 것을 재촉하자 그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비록 시간을 지체한 죄를 얻을지라도 차마 떨치고 갈 수가 없습니다” 하고 마지못해 작별을 고하고 떠나갔다.

금산 군수 김현성(金玄成, 1542~1621)은 조헌이 유배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뒤쫓아 갔다. 그러나 이미 그는 떠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람을 보내서 털옷만 부쳐준다.

김현성은 본관이 김해(金海)로 목사 언겸(彦謙)의 아들이다. 호는 남창(南窓)이며 1564년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아산현감, 금산군수, 양주목사, 동지돈녕부사를 지냈다. 글씨와 시에 능했으며 숭인전비문, 이충무공수군대첩비문 등을 썼고 칠백의총에 있는 조헌순의비문도 그의 글씨이다. 조헌과는 각별한 관계로 교유했다. 유배를 떠나는 조헌을 만나지 못한 그는 아쉬운 마음을 한 수의 시로 지어 털옷과 함께 보냈다. 
一領羊裘奇遠行  한 벌의 털옷을 먼 길에 부치나니
臨風只欲淚沾纓  바람에 나부끼는 갓끈 눈물에 젖는구나
湘潭莫續懷沙賦  굴원의 회사부 이으려 하지 말고
重保餘生慰聖明  여생을 보중하여 성명을 위로하소서

조헌이 유배의 길을 떠나서 지나는 고장마다 그곳 수령과 선비들이 편의를 제공하고 음식을 대접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당시 그의 명성을 짐작할만하다. 

五月 十日 丙辰, 맑음(晴)

좌수 유걸(庾傑) 부자가 찾아와서 음식을 대접하고 좌수 김인보(金仁葆)가 아들 극련(克鍊)과 함께 송정(松亭)에서 전별 해주다. 함림역(咸林驛)에 도착하니 찰방 김사원(金士元) 등 제형이 술을 가지고 와서 전별한 까닭에 술에 취해 이튿날 아침에 깨어날 수가 없었다.

五月 十一日 丁巳, 맑음(晴)

 이사미(李士美)가 쫓아 와서 술로써 전별해 주고 유의(襦衣 동옷)를 전별의 선물로 주다. 유보원(庾保元) 등과 귀현천상에서 작별하고 저녁에 청천현(淸川縣)에 도착하다.

五月 十五日 辛酉, 맑음(晴)

목계를 건너 삼령(三嶺) 사이에서 쉬고 저녁에 단구(丹丘)에 유숙하다. 원주의 한주(韓冑)가 사람을 시켜 약물과 망혜(茫鞋, 신발)를 보내 왔으나 병을 핑계하여 만나지 아니하였다.

조헌은 충주에서 고개를 넘다가 남쪽 옥천의 구름과 산을 바라보며 감회어린 한 수의 시를 짓는데 자신을 귀양 보내는 조정 신하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뜻이 들어있다.

封章反謫嶺東天  봉장하여 영동 하늘가로 귀양 가는데
棄母荒山淚若泉  거친 산에 어머니 버려두니 눈물만 샘솟듯
言數巨非缺齋比   자주 신하의 잘못을 말하여
朝紳齊憤理宜然  조정의 관리들 일제히 성냄도 이치로는 의당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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