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별꽃
아침부터 풀을 먹이던 수많은 양들을 울타리에 가두어 놓고 해가 지고 나서야 한숨 돌린 젊은 양치기는 달이 뜨고 별이 뜨면 언덕 위 폭신한 풀 위에 누워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잠이 든다. 이런 그를 오랫동안 사모해 온 하늘에 아기별 하나가 있었다. 매일 잠들어 버린 양치기의 모습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낮에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땅에 내려가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고 간절한 별의 기도에 하늘은 그 별을 땅에 내려 예쁜 뚜껑별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아침저녁으로 양치기를 볼 수 있게 된 뚜껑별꽃은 해가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지면 꽃잎을 닫고 날이 맑으면 꽃잎을 열고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꽃잎을 닫아서 그에게 날씨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목자의 날씨 유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고 한다. ‘추상, 추억’이 꽃말이다.
나비난초 아리스타타
그리스 신화에서 신 산체로스와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오르키스는 제멋대로 행동하는데다 아버지를 닮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호색한이었다. 술 마시고 제 기분에 취해 소란을 피워대는 통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코스) 축제의 날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려 여사제의 분노를 사 온 몸이 찢겨지는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아버지 산체로스는 이건 가혹한 처사라며 신에게 하소연을 했다. 이에 신은 죽어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갈가리 찢겨 죽은 오르키스를 가엾게 여겨 그의 시신을 아리스타타 꽃으로 모습을 바꾸어 주었다. 하지만 꽃이 되어서도 성격은 변하지 않아 뿌리를 먹으면 음란하고 난폭한 상태로 변한다고 전해진다. 아리스타타는 난초계열, 국화계열, 창포계열, 알로에계열, 소나무계열 등 5가지가 있는데 전혀 다른 꽃이다. ‘아름다움의 소유자’가 꽃말이다.
월하향
옛날, 어느 대감 집에 외동딸은 글씨 잘 쓰는 명필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 총각머슴이 아가씨의 시중을 들었다. 그는 총명하여 아가씨 공부를 어깨 너머로 배우곤 했다.
어느 여름날 마당을 쓸고 있는데 아가씨가 마루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이를 본 총각머슴은 붓글씨 한번 써 볼 것을 간청했고 아가씨는 쾌히 승낙했다. 머슴이 쓴 글씨를 보고 아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명필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종의 몸이지만 마음이 끌렸고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맺어진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대감은 아무도 모르게 총각을 처단하기로 하고 광에 가두었다. 이에 아가씨는 총각을 살리기 위해 광문을 열어주고 도망치게 했다. 아가씨는 밤마다 달을 보고 총각을 생각하다 병들어 죽고 말았다. 이를 분하게 여긴 대감은 아가씨를 자갈밭에 묻어버렸고 그 후 아가씨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다. 노심초사했던 아가씨 심정을 알 것 같다며 이 꽃을 월하향(月下香)이라 불렀다고 한다. ‘기다림’이 꽃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