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발휘 치매 노인 귀가 시켜 - “누구라도 그리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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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발휘 치매 노인 귀가 시켜 - “누구라도 그리 했을 겁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2.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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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버스 민태선 씨
옥천버스 민태선 운전자는 평소 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모범운전자로도 정평이 자자하다.
옥천버스 민태선 운전자는 평소 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모범운전자로도 정평이 자자하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10분, 청산에서 옥천으로 향하던 21번 옥천버스 운전자 민태선(50)씨는 11시 45분쯤 용죽리 버스승강장에서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을 버스에 태웠다. 민 씨는 평소처럼 평범한 손님으로 생각하고 자리에 앉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요금을 내는 것부터 이상했다. 버스요금이 1,500원인데 이 승객은 이보다 훨씬 많은 5만원을 요금함에 넣은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본 민 씨는 이 승객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는 민 씨 어머니도 치매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

이후 운행을 마치고 옥천 차고지에 도착해보니 용죽리에서 치매 환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민 씨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회사에 알렸다. “그 어르신을 내가 태웠다”라고. 동시에 회사는 옥천경찰서에 알렸다. 순간적으로 공조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민 씨는 옥천에서 청산으로 운행을 나갔다. 한참을 달려 상야리와 신대리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도로에서 방황하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분명 그 어르신이었다. 즉시 차를 멈추고 어르신을 다시 버스에 태웠다. 그때가 오후 2시 55분, 민 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용죽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인도했다. 치매 어르신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고 민 씨 역시 긴박했던 상황을 종료할 수 있었다.

민 씨는 “제 어머니도 치매를 앓고 있어 특히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들에게는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며 “당시 어르신을 태우고 내리는 등 많은 시간을 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에 타고 있던 10여 명의 승객들 가운데 단 한분도 불평을 드러내지 않고 잘 협조해 주셔서 무사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고 승객들에게 공을 돌렸다.

민 씨는 이어 “옥천버스에 근무하는 운전자라면 누구라도 그리 했을 거다. 조금도 자랑할 것은 못된다”고 겸손해 했다.

옥천버스 김형수 총무부장은 “충남 태안이 고향인 민 씨는 6년 전 옥천으로 이사와 올해로 3년 6개월째 옥천버스에 근무중인 무사고 모범운전자로 봉사활동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옥천버스는 옥천군이 치매선도지역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치매환자와 관련한 각종 홍보물과 포스터 등을 버스 내외부에 부착하는 등 치매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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