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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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꽃샘추위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3.0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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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고드름처럼 계곡의 바위에 붙어 있다.
꽃샘추위에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고드름처럼 계곡의 바위에 붙어 있다.

입춘에 이어 우수가 지나고 경칩을 바라보며 긴 겨울의 터널 끝에 다다르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낮 온도가 10도를 넘으면서 봄 인양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직 올라오는 아지랑이는 못 봤지만 언 땅이 녹으며 전해지는 따스한 봄기운이 콧속을 간질이고 있다.

유난히도 추웠던 소한과 대한의 엄동설한도 입춘이 지나자 대청호의 얼음은 녹고 흐르는 물살은 빨라졌다. 이젠 친구와 손잡고 봄나들이 갈만한 그런 때가 왔다.

하지만, 겨울을 이겨내고 겨우 찾아온 봄소식을 시기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꽃샘추위, 얄미운 녀석이 나타났다. 

이 녀석은 봄이 목전에 왔을 때 항상 봄이 옴을 시기해서 찬 바람을 부채질하며 시위를 하는 자다. 녀석이 깔깔대며 웃는 게 얼마나 밉상인지 꼭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대마왕의 부하인 버섯돌이 같다.

녀석은 쉽사리 물러가지 않고 한바탕 시끌벅적 요란을 떨며 자기를 쳐다봐 주길 바란다. 그래도 어림없는 소리,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흰떡에 검은콩이 박힌 것처럼 심술부리는 네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그 누가 너를 예뻐하겠는가. 

조금 있으면 봄꽃이 줄지어 필 게다. 화창한 봄날에 꽃이 피는 게 샘이 나겠지만 이는 자연의 섭리니 더 이상 훼방 놓지 말고 고이 자리를 내어놓고 떠나거라. 그럼 미움만은 받지 않을 거다. 네가 심통을 부려봐도 봄은 벌써 코앞에 다가와 있단다. 

남쪽 지방은 이미 하얗게 매화꽃이 폈단다. 봄의 전령이 소식을 날랐으니 전국으로 매화 향을 탄 봄소식이 퍼지는 것은 삽시간일 게다. 너의 짓궂은 심술이 몇 번 있을지라도 봄은 이미 웃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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