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슬픈 베아트리체에게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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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슬픈 베아트리체에게도 봄은 오는가!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3.3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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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목련이 활짝 핀 봄
3월의 목련이 활짝 핀 봄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 노래 소리가 집안 가득 환하게 번졌다. 아내는 아침 일찍부터 봄 노래를 불렀다가 허밍으로 흥얼거리기를 반복했다. 저만치 찾아온 봄을 즐기기 위해 집 안에서 창밖을 보며 혼자 봄을 느꼈다. 따사로운 햇살은 창밖에 살며시 앉았다.

즐겁고 흥이 나야 할 노래에 슬픔이 묻어 있었다. 저 밖으로 나가 즐겨야 하지만 창가에서 서성거리며 노래만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가지도 맞이하지도 즐기지 못한 채 몸싸움하듯 몸부림을 쳤다.

어제는 잔소리, 오늘은 봄 노래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루에도 수십 번은 마음이 요동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되 봄이 오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슬픔을 아는지, 그래서 아침부터 저렇게 흥얼거리며 마음을 달래고 봄을 어루만져 주나 보다. 마치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슬픈 영혼이 만난 것처럼.

베르테르는 목련 나무 그늘 아래서 젊은 청춘의 짝사랑 편지를 썼다. 우리는 베르테르처럼 봄 향기 그림자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봄도  사랑도 함께 나눌 대상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혼자서 발버둥 쳐도 남는 건 외롭고 슬픔뿐이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봄을 노래해도 우리 마음에 봄이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봄 처녀에 날리는 새풀 옷은 흐물흐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저만치 떨어져 잡힐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인다.

목련꽃이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다 같이 놀자며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힘차게 밖으로 뛰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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