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경양(鼓腹擊壤)
상태바
고복경양(鼓腹擊壤)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4.14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역사에서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빼놓고 임금을 논한다면 그건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두 임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이상적인 임금들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들의 지도력과 정치력이 힘을 발휘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요임금에게는 ‘고복경양’(鼓腹擊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태평무사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요 임금은 문득 천하가 정말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백성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만사 제쳐 놓고 이른바 민정시찰을 나갔다.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그는 서민들이 살고있는 거리로 향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떤 네거리에 이르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임금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 백성들이 이처럼 사는 것은 모두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요 아는 체를 하지 않고 임금님의 뜻을 따르는구나”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바로 임금 자신을 칭송하는 노래였다. 요임금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것(고복경양)이었다.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쉰다네.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제왕의 힘이 어찌 나에게 필요하겠는가”

바로 이 노래 가사는 요 임금이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던 정치였다. 즉, 백성들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하고 먹고 쉬는 이른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바랬던 것이다.

세월이 흐른 오늘날, 전 세계는 코로나에 이어 오미크론이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힘없는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가파르고 숨이 차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들의 삶을 억제했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나아지거나 희망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분위기만 험악해지고 소리없는 아우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도자가 새로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희망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손짓을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을 꿈 꾼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사람사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제발 아귀다툼이나 권모술수는 사라지고 정의가 살아 숨쉬고 도덕이 꿈틀거리는 그런 세상이 펼쳐지기를.

이제 달포 후면 시장, 군수, 도·군의회의원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선출직들에 대한 사람됨됨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내야 하는 군수와 군의회의원들의 경우 후보자 개개인에 대해 면면히 알고 있다. 어떤 후보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말만 번드르르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후보도 있다. 또 어떤 후보는 당장에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만사형통에 호언장담을 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아무리 사소한 의견이라도 귀담아 듣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후보도 있다.

바로 우리는 맨 나중에 해당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훗날 후회를 안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후보 개개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서히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정에 이끌려, 동네 선배라서, 문중 사람이라서 하는 등등의 정에 매여 후보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거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뽑아 놓고 후회하지 말고 뽑기 전에 분명하고도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한다. 선거는 4년에 딱 한번 그들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요임금이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