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3년 만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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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3년 만의 마술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4.28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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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실라리아가 3년 만에 활짝 폈다.
막실라리아가 3년 만에 활짝 폈다.

“꽃 폈다 꽃이 폈어, 이야! 여보 여보 여기 와봐 봐. 얘가 마술을 부렸어.”

인고의 시간, 드디어 꽃을 피웠다. 다름 아닌 3년을 키운 ‘막실라리아(커피난)’가 마침내 오늘 결실을 봤다. 5월 즈음 꽃 피운다 해서 ‘효행란’이라고도 한다.

3년 전, 경남 양산에서 한 목회자로부터 예쁜 선물 포장지에 쌓인 ‘막실라리아’ 화분 1개를 선물 받았다. 이 선물은 종교적으로 받은 선물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난, 이름도 몰랐기에 생소한 난이었다. 정성껏 키우면 꽃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덧붙여 주었다.

3년 동안 일주일마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난을 30분 정도 담가 주었다. 어렵지 않은 주문이라 여기고 이듬해가 되면 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5월쯤 꽃을 피우리라 기대하며 열심히 주문에 따라 정성껏 가꾸었다. 겨울이 되면 혹여나 얼어 죽을까 싶어 실내로 옮겨 볕이 드는 양지바른 따듯한 창가에 두고 보호했다.

해가 바뀌어 꽃을 피우리라 큰 기대를 품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상태는 아주 싱싱해 진한 녹색의 난 잎이 윤기가 날 정도였지만 이 녀석은 결실을 못봤다. 실망감도 컸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녀석에게 “내년엔 꼭 꽃을 피워줘”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그해의 봄이 지나고 여름도 지나갔다. 

어느 날 난에게 물었다. “너도 힘들지? 꽃을 피우지 못하니 나보다 네가 더 상심했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녀석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네 심정을 모르고 보채기만 했나보다”며 미안한 마음에 물통 속 물에 담궈 주었다. 맛있는 식사로 기분을 달래길 바랐다. 그리고 햇볕을 듬뿍 받게끔 살상살랑 바람이 드는 자리로 옮겨 주었다. 하루하루 지나고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거친 바람도 흘러갔다.

드디어 옥천에서 꽃을 피웠다. 먼 곳에서 긴 시간을 돌아 열매를 맺었구나. 

“그동안의 아픔도 눈물도 다 잊고 이젠 활짝 웃는 꽃길만 걸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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