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폈다 꽃이 폈어, 이야! 여보 여보 여기 와봐 봐. 얘가 마술을 부렸어.”
인고의 시간, 드디어 꽃을 피웠다. 다름 아닌 3년을 키운 ‘막실라리아(커피난)’가 마침내 오늘 결실을 봤다. 5월 즈음 꽃 피운다 해서 ‘효행란’이라고도 한다.
3년 전, 경남 양산에서 한 목회자로부터 예쁜 선물 포장지에 쌓인 ‘막실라리아’ 화분 1개를 선물 받았다. 이 선물은 종교적으로 받은 선물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난, 이름도 몰랐기에 생소한 난이었다. 정성껏 키우면 꽃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덧붙여 주었다.
3년 동안 일주일마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난을 30분 정도 담가 주었다. 어렵지 않은 주문이라 여기고 이듬해가 되면 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5월쯤 꽃을 피우리라 기대하며 열심히 주문에 따라 정성껏 가꾸었다. 겨울이 되면 혹여나 얼어 죽을까 싶어 실내로 옮겨 볕이 드는 양지바른 따듯한 창가에 두고 보호했다.
해가 바뀌어 꽃을 피우리라 큰 기대를 품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상태는 아주 싱싱해 진한 녹색의 난 잎이 윤기가 날 정도였지만 이 녀석은 결실을 못봤다. 실망감도 컸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녀석에게 “내년엔 꼭 꽃을 피워줘”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그해의 봄이 지나고 여름도 지나갔다.
어느 날 난에게 물었다. “너도 힘들지? 꽃을 피우지 못하니 나보다 네가 더 상심했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녀석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네 심정을 모르고 보채기만 했나보다”며 미안한 마음에 물통 속 물에 담궈 주었다. 맛있는 식사로 기분을 달래길 바랐다. 그리고 햇볕을 듬뿍 받게끔 살상살랑 바람이 드는 자리로 옮겨 주었다. 하루하루 지나고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거친 바람도 흘러갔다.
드디어 옥천에서 꽃을 피웠다. 먼 곳에서 긴 시간을 돌아 열매를 맺었구나.
“그동안의 아픔도 눈물도 다 잊고 이젠 활짝 웃는 꽃길만 걸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