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없어 농사 못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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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없어 농사 못 짓는다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5.0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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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신청 아직도 감감무소식
대부분 인력시장에서 긴급 차출
기업체, 365일 근로자 충원 고통
군 “최대한 도움 주려 노력하고 있다”
일손 부족으로 속을 태우고 있는 농가 수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묘목 이식작업을 위해 작업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일손 부족으로 속을 태우고 있는 농가 수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묘목 이식작업을 위해 작업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제때 필요한 일손이 부족해 자칫 적기를 놓쳐 농사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이원면 묘목업체들의 타격이 심하다.

지난 1일 오전 10시 이원면 소재 K농원. 이 농원 대표 K씨는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1주일 전 함께 일하던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이렇다 할 말도없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별히 서운하게 했다거나 힘들게 하지 않았는데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비해 다른 곳에서 조금만 돈을 더 준다고 하면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만둔다. 물론 돈을 벌러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이라지만 우리같은 소규모 농원에서 일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참으로 난감하다”고 했다. K씨는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개인별 취업 리스트라도 만들어 함부로 일터를 옮기지 못하도록 규제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얼마나 마음 고생을 많이 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겠는가 하는 고충이 엿보인다. K대표는 “대부분 인력시장에서 소개 받다 보니 소속감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군북면 소재 H농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외국인 근로자 신청은 안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군의 업무태도를 보면 차라리 지역 내 인력시장에서 그날그날 소개받아 쓰는게 훨씬 마음 편하다. 군에서는 합법적인 절차를 마친 근로자들만 소개해 주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3~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하느니 불법체류일망정 당일치기로 일을 하는게 수입도 좋고 일하기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힘든건 농가 밖에 없다”고 했다. 농원 관계자는 이어 “물론 불법체류자를 소개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불법체류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트남 여성 근로자의 경우 하루 일당 13만 원을 지급하면 국내 여성 근로자에 비해 훨씬 높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단기간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것보다는 비록 불법체류일망정 일당 형식의 노동이 임금 면에서도 훨씬 높아 이를 선호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이 그만두면 같이 그만둬
차라리 지역민 채용이 훨씬 효율적

기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비교적 직원이 많은 회사의 경우 자체 인력망을 통해 조달을 하고 긴급수혈을 할 수 있으나 10명에서 20명 이하로 운영이 되고 있는 소기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고 중견기업처럼 만족할만한 대우를 해주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하루하루 견뎌내기조차 벅찬 상황이다. 게다가 따로이 인력담당자를 둔다는 것은 현실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옥천군 청산면에서 채소가공과 저장을 주 생산품목으로 하고 있는 <주>다원(대표이사 박종득)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최저시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수시로 펑크가 난다. 그때마다 출입국관리소나 근로복지공단 등에 SOS를 타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근로자 충원문제는 365일 고민거리다”고 했다. 

옥천읍 의료단지길 76에 위치한 연합농원파이프<주>(대표이사 설동주) 관계자는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했다. 그러나 특정인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거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을 요구할 경우 그러한 지적을 듣기 싫어하는 해당 근로자가 그만 두면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일시에 그만 두는 바람에 여간 힘이 든게 아니다. 특히 조선족이 심하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어 “지금은 옥천군 지역민을 채용하고 있다. 오히려 말썽이 없어 훨씬 효율적이다”고 했다.

외국인근로자 당사자가 지연
“지속적인 노력 기울이겠다”

이에 대해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이예옥 주무관은 “농가에서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 수요를 충족시켜 드리고자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비자 신청을 지연시키고 있어 난감하다. 가능한 농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편, 지금까지 옥천군 관내에서 옥천군에 외국인 근로자 신청 건수는 42농가에서 108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절반은 묘목업체이며 나머지 반은 일반농가에서 신청했다. 또, 금년 4월 말 현재 옥천군 관내에는 473개 업체 5,400여 근로자 가운데 230명여 명(4.3%)의 외국인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지난 달 28일 새벽 인천공항에는 지난해 완도군과 협약을 맺은 필리핀 딸락주 출신 근로자 69명이 어민들의 일손을 돕기 위해 입국, 36가구에 배치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입국이 지연되다 이날 입국했다. 

/ 김병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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