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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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5)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5.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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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처녀치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옛날 처녀들이 즐겨 입던 치마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얼핏 그 자태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이런 처녀치마는 생명력이 아주 강하여 가을까지 무성한 잎이 그대로 퍼져 산속의 추위와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잎이 땅으로 퍼져 있어 치마폭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꽃줄기는 1월에 잎 중앙에서 나오고 길이 10~15cm이지만 꽃이 진 후에는 60cm 내외로 자라고 3~10개의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꽃은 지름 2cm 내외이고 연한 홍색에서 자록색으로 변하여 멋있어 보인다.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성성(猩猩)이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며 온몸이 주홍색의 긴 털로 뒤덮여 있는 오랑우탄과 같이 생긴 상상의 동물이다. 

옛날 효자인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밤에 꿈에서 계시를 받고서 술장사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원숭이처럼 생긴 성성이를 만났는데 그에게서 술 단지를 선물로 받았다. 그 술 단지는 아무리 퍼내 마셔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 효자는 술 단지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꽃말은 ‘기세, 활달, 절제’이다.

산비장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다년초 산비장이는 조선조 때 무관벼슬의 일종인 비장(裨將)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야생화 산비장이의 잎은 새의 깃 모양으로 갈라진 특징이 있는데 조선시대 무관 비장이 쓰던 모자, 전립(氈笠)꼭지에 달았던 공작의 깃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산비장이의 키 높이는 30~140cm, 세로줄이 있고 뿌리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며 줄기는 곧게 선다. 뿌리에 달린 잎은 달걀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깃처럼 완전히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길이 11~30cm이다. 줄기에 달린 잎은 뿌리에 달린 잎과 비슷하지만 위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꽃은 여름에 연한 붉은 자줏빛으로 피고 두화는 지름 3~4cm이며 가지 끝과 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총포는 종 모양이고 노란빛을 띠는 녹색이다. 포 조각은 6줄로 늘어서는데, 바깥조각과 가운데조각은 끝이 뾰족하고 겉에 거미줄 같은 털이 나는데 ‘추억’이 꽃말이다.

물망초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하던 때였다. 프랑스 노르망디평원에 영국군이 도버해협을 건너와 싸운 것이다. 영국군 중에는 젊은 기사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어느 소녀의 일기장을 가지고 다녔으며 전쟁 중에도 시간이 나면 일기장을 꺼내 읽곤 하였다.

영국군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전사했기 때문이었다. 전사한 기사의 품속에 소녀의 일기장을 꺼내자 갈피에 꽂혀 있던 마른 꽃잎이 땅에 떨어졌고 다음 해 봄, 그 꽃잎에서 꽃씨가 떨어져 예쁜 꽃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 꽃은 해마다 넓게 퍼져 결국 노르망디평원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이 꽃을 물망초라 이름 짓고 꽃말을 ‘나를 잊지 말아요(forget me not)’라고 하였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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