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건강한 장(腸)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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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건강한 장(腸)에서부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5.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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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거나 빠지는 것은 장(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의 분포가 얼마나 건전한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사실 인체의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우리 장이 뇌에 의해 민감하게 조절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역으로 장의 상태에 의해서 뇌의 기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의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 수면, 포만감, 항우울작용과 관계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과거에는 뇌에서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내장에 분포된 신경에 의해서 약 80~90%가 생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장청뇌청(腸淸腦淸 장이 맑아야 뇌가 맑다)이라는 말도 있다. 또 장에는 수없이 많은 림프조직이 분포되어 있어서 인체 총 면역계의 약 80~90%에 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장(腸)이 음식을 섭취할 때 함께 유입될 수 있는 수많은 외부 박테리아나 이물질에 대하여 일차적인 방어선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다.  

우리 장 내에는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인체 세포수 보다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 미생물 중에는 인체를 더욱 살찌게 만드는 균(피로미쿠테스균)이 있는 반면에 살찌는 것을 막는 균(박테로이테데스균)도 살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비만자에게서 이 피로미쿠테스균이 현저히 증가되어 있고 반대로 박테로이테데스균은 저하되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박테로이테데스균이 장에서 우세할 경우 신경성장인자인 BDNF의 생성이 촉진되며 반대로 피로미쿠테스균이 많아지면 BDNF생성이 억제된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BDNF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 증식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며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에게서 이 BDNF 단백질이 감소되어 나타난다. 운동은 바로 이 BDNF의 생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 

장내에 유용한 작용을 하는 균을 총칭하여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한다. 장내 유용균의 먹이가 되는 영양소는 주로 식물성 급원에 많으며 대표적으로 치커리, 돼지감자, 마늘, 양파, 대파, 참마, 토마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섬유소를 많이 갖고 있으며 또 항산화작용을 갖고 있는 여러 미량원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 

반면에 섬유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정제된 형태의 밀가루나 설탕과 같은 탄수화물은 유용균보다는 유해균에게 유리한 장내 환경을 초래하기 쉽다. 이렇게 유용균에 비해 유해균이 우세하게 되면 소위 ‘장누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몸 안으로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내독소인 리포다당류(LPS)가 들어오게 된다. 몸 안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반응을 초래하고 인체 저항력의 전반적인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몸이 더욱 살찌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장에서 세균균형이 깨지게 되면 비만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 우울증, 자폐증, ADHD, 대장암, 다발성 경화증, 당뇨병, 루게릭병, 류마치스관절염과 같은 광범위한 질병군의 단초가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인자들은 고섬유질 식사, 젖산균 식품, 채소, 과일류, 오메가3 지방산, 숙면, 운동을 들 수 있다. 반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인자들은  정제된 탄수화물, 액상과당, 고지방식이, 항생제, 글루텐, 인공감미료, 패스트후드,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를 고려할 때 단순히 칼로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내 환경을 유용균이 살기 좋게 만드는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 흔히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서 간편식만을 찾거나 특정한 식품에만 의존하는 원푸드다이어트, 또는 끼니 거르기 등의 방법은 섭취칼로리는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으나 장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그로 인해 몸을 더욱 살찌기 쉬운 상태로 몰아넣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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