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가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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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필요한 사회
  • 김선환 시인, 전 한남대 교수
  • 승인 2022.05.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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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세상일로 마음이 불편하다. 최근 몇 달 동안 산불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규모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그 피해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다. 자연재해라고 짐작했던 것이 방화나 실화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노상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 사람들 사이 사소한 시비로 폭력이 발생하고 사상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걱정이 크다. 대부분의 뉴스가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 도배가 된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보험금을 타기 위한 범죄와 같이 남에게 위해를 가하여 금전을 노리는 사건이 만연한다. 또한 앙심 보복, 주차시비, 층간 시비, 아동학대 등등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에서 비롯되는 범죄도 늘고 있다. 심지어 친근한 사람의 마음을 조정하여 범죄에 가담시키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인간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회에 만연된 관계의 비정상화 현상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인을 알아야 치유가 가능하다. 크게 보는 원인은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분노범죄와 교묘하게 위장한 인격을 이용하여 지능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지능범죄 두 가지이다. 분노범죄는 나의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남을 해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다. 지능범죄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감각한 사람들에 의해 비롯된다. 모두 전혀 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이든 능력 이상으로 더 가지려는 의도에서 사건은 촉발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 세대에 걸쳐 취업과 재취업이 심각하고 단기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일시에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쏠림현상들도 원인이 된다. 취업이나 사업이 잘되어 일에서 보람을 얻고 생활도 안정되면 금전을 추구하기보다는 좀 더 값어치 있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거나 행복을 찾는 일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안정화 된다. 

그 결과 여러가지 이유로 사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여 발생하는 범죄라든지 지능적으로 금전을 노려 발생하는 범죄들은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개인들이 생활하는데 힘이 들어 분노감정이 쌓이고 금전이 부족해서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많이 가진 일부 사회 지도층 사람들이 그릇된 방법으로 더 얻고자 일으키는 부정과 부패가 더 큰 원인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기득권 남용과 불공정 행위의 사례를 자주 접하면서 사람들은 절망하고 박탈감을 느낀다. 굳이 하나하나 사건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뉴스로 보도되는 일만 가지고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뉴스를 보면서 분노와 좌절이 마음속에 쌓이게 된다. 더욱이 국민 개개인의 어려운 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책무로 선택된 사람들이 누가 맞느니 그르니 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을 보면서 사람들은 또 한 번 더 분노하게 된다.

국민이 뽑아준 많은 사람들이 본분을 잊고 자신과 소속집단을 위하여 행동한다면 사회에 커다란 갈등과 분노를 만들어 퍼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저 선거철에 한 표의 권한 행사로는 우후죽순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막을 수 없다. 피곤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계속 비판적 의사표현을 해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사회치유의 방법이다. 

최근에는 집중된 특권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나 정작 논의의 주체들은 본인들 스스로가 무소불위의 특권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다원화된 기능의 시대에서는 구태의연한 수많은 특권은 필요없다. 국민을 위하는 사명감이 없다면 누구든 과감히 그 자리를 버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면 광범위한 사회치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직을 맡은 많은 이들이 일하다 보니 맡은 자리의 책무가 너무 커서 능력이 부족하다며 물러나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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