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여성] ‘9988 행복지키미’로 살아 있음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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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여성] ‘9988 행복지키미’로 살아 있음을 확인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5.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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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행복지키미’ 양천순 씨
“내가 할 수 있는 한 ‘9988행복지키미’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는 양천순 씨.
“내가 할 수 있는 한 ‘9988행복지키미’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는 양천순 씨.

“부모도 부모거니와 자식이 더 중요했다. 애들 키우는 생각밖에 없었다. 애들 먹여 살리려고 허덕거리면서 결국 억척같이 6남매를 키웠다.”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27-6에 살면서 연로한 어른을 5년간 보살펴 온 ‘9988행복지키미’ 양천순(81, 여) 씨.

그녀의 고향은 경기도 안성이다. ‘연분은 어디가도 만난다’고 스물 한 살의 꽃다운 아가씨는 그 옛날 먼 경북 상주로 시집갔다. 남편과 함께 도시로 나가려고 찾은 곳이 안남면 연주리. 결국 도시로 나가지 못한 채 시골 연주리에 정착해 50년을 넘게 고향처럼 살아왔다. 

80세가 넘었지만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동네 어른들의 건강 도우미가 되어 건강한 자신보다 덜 건강한 할머니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에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노후를 만들고 있다.

‘9988행복지키미’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노인들 혼자 있으면 아파도 모른다. 방문해서 들여다보고 잠 잘 주무셨는지, 아침은 잡쉈는지, 또 약은 드셨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고 안부 묻고 확인하고 말 벗이 되어준다. 병원에 혼자 가기 어려우면 모시고 가고 혼자 병원 다녀오시면 잘 다녀오셨는지 묻고 한다. 그리고 “밤에도 아프거나 불편하시면 전화하셔요”라고 당부도 하고 온다.

한 달에 10일 밖에 안 하는데 달력에 동그라미 치면서 활동한 날 표시를 한다. 활동하는 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도 일찍 해서 먹고 씻고 머리도 감고 화장품도 바른다. 남 앞에 가니 깨끗하게 옷을 입고 가야 한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 그 기쁨이 말도 못하게 좋다. 진짜 진짜 좋아서 행복하다. 활동 안 나가면 하루 종일 집에서 앉아 있다가 할 일이 없으니 잠만 잔다. 

그런 면에서 노인들 일자리는 너무 좋다. 기운 나고 나를 활동하게 움직이게 만들고 밥도 더 먹고 입맛이 살아난다. 사람이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다는데 아침에 그거 안 하는 날은 또 게으름을 피운다. 

어떤 때는 시간을 바꿔서 갈 때가 있는데 다른데 먼저 보고 있으면 안 온다고 “10시 반이면 오는데 11시가 됐는데도 오늘은 왜 아직도 안 와”라고 전화하면서 어머니들이 그 시간을 기다린다. 나도 빨리 가려고 신경 쓰게 된다.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 그렇다.

“딸이 찾아와서 국을 끓여 놓고 갔는데 먹어 볼려” 그러면 아침 먹어서 안 먹는다고 했지만 그럴 때 시골 정이 느껴진다.

좋은 점이 있나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나에게도 젊은 사람이 방문해서 한 달에 열번이라도 찾아와서 들여다보고 안부 확인하고 아침 먹었는지 물어보고 하면 좋을 거 같다. 그런 데서 좋은 점이 있다.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젊은 것도 아니고 나이 들어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자랑할만한 일이다. 오후에는 시간 남으니 집안 일을 할 수 있어 나이 65세 이상인 분들한테 내가 이 일을 자꾸 권한다.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9988행복지키미’ 끝까지 하고 싶다. 젊은 사람이 들어오면 나도 보호받고 싶다. 

‘건강 100세 운동교실’이라고 계속 했었다. 보건소에서 강사가 나와 엄마들 건강하라고 체조 같은 것도 가르쳐 주시며 일주일에 두 번씩 배웠다.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가 주최해서 관성회관과 옥천 체육관에서 대회도 했었다. 지역별로 옷을 사서 입고 행사를 했는데 그럴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서 벌써 ‘건강 100세 운동교실’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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