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수면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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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수면부족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5.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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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인상적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늦은 밤까지 잠들지 않는 문화라고 한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이런 밤 풍경은 한동안 사라졌지만 요즘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의 눈에는 번화한 식당가를 중심으로 밤늦게까지 모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해 보이는 것 같다. 

이러한 문화가 생소한 외국인의 눈에는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갖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날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한국인들이 강철체력을 가진 ‘슈퍼맨’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연 한국인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놀라운 체력을 가진 것일까? 사실은 그러한 놀이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견디고 있는 것일 뿐 건강상 큰 위험요인이 아닐 수 없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결국 비만을 포함하는 여러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수면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과 관계가 깊은데 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감소하면 연쇄적으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고 이는 식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신경펩타이드Y(NPY)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멜라토닌은 낮시간 동안 만들어진 세로토닌으로부터 전환되는데 해가 지고 나서 저녁 8시 경부터 점차 증가하여 밤 11시 경에는 피크값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저녁 시간에 모임 등을 늦게까지 갖게 되면 멜라토닌이 지연되어 분비되고 각성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코티졸 수준은 밤늦게까지 높은 수준이 지속되는 것이다.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우리의 뇌는 지속적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높은 혈당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수면이 부족하게 될수록 인체는 당뇨병전단계(prediabetes)처럼 인슐린저항성을 일으키고 더 심한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또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5시간 자는 사람과 8시간 자는 사람을 비교할 때 5시간 자는 사람에게서 포만감을 갖게 하는 렙틴은 15%가 감소하였고 반면에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은 14.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멜라토닌이 너무 늦게 지연되어 분비되는 관계로 다음날 아침에는 멜라토닌이 원래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높은 상태가 된다. 또 새로운 날을 시작하면서 각성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는 코티졸 분비의 사이클은 아침에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새로운 날의 시작을 활기차게 맞이할 준비를 갖추어야 할 몸이 무기력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또 수면이상은 성장호르몬의 정상적인 분비 측면에서도 문제를 초래한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로부터 약 3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8차례 정도 분비된다. 특히 운동할 때 분비가 급격히 증가한다. 또 수면에 들어가서 약 1시간 내외의 시점에서 크게 분비하는 양상을 보인다. 

수면은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수면에 들어가면서 처음 약 90분까지는 논렘수면 국면으로서 전체적인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대이다. 비렘수면 국면에서 인체는 매우 깊은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게 되고 이때 뇌파를 보면 서파가 많이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렘수면은 비렘수면에 이어서 교대로 짧게 나타나는데 이 수면 상태에서는 안구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이라고 부른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보다 각성된 상태에서의 뇌파를 보인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 꾸는 꿈도 주로 렘수면 국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반면에 인체의 근육은 매우 이완된 상태를 보이기 때문에 렘수면을 역설적 수면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성장호르몬은 바로 첫 번째 나타나는 논렘수면 국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분비된다. 그러므로 수면에 들어갈 때 수면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즉 잠자리에 들어가서부터 소음을 차단하고 조명을 꺼서 첫 번째 비렘수면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중 피로하고 손상을 입은 인체의 모든 세포들이 다시 회복하고 성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작용을 갖고 있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질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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