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꽃피는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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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꽃피는 농장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6.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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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자네 포도농장’ 박흥수 대표
“캠벨 얼리로 명품포도를 만들고 싶다”는 ‘딸부자네 포도농장’ 박흥수 대표 부부.
“캠벨 얼리로 명품포도를 만들고 싶다”는 ‘딸부자네 포도농장’ 박흥수 대표 부부.

젊음의 열정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은퇴 후에는 옥천을 위해 봉사하며 고향의 흙내음을 맡아가며 아내의 유머와 재치에 늘 웃음꽃을 피우며 농사짓는 사람.

부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열정적인 지원에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포도농사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옥천군 군서면 상중리 ‘딸부자네 포도농장’ 박흥수(59) 대표. 

아내 조점자 씨와 군서초등학교 52회 졸업생 부부로 동창들 사이엔 금술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포도농사를 지으면서도 군서면 상중리 포도연합회 총무와 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감사를 맡으며 남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옥천의 농가에 일손돕기 봉사를 다니는 남다른 고향 사랑을 나누고 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라는 안정된 직장을 두고 결혼 한 달 만에 입대한 후 직업 군인의 길을 택했다.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달콤한 신혼도 뒤로 한 채 그것도 힘들다는 특공대에서 나라를 위해 평생을 몸 바쳤다. 젊을 땐 씨름으로 우승했던 수많은 봉사와 알뜰한 삶으로 ‘저축왕’이 되기도 했던 모범적인 부사관으로 대통령 포장도 받았다. 아들이 특전사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는 3대(代)가 군 부사관 출신인 이색 이력 집안이다.

그는 “당시 애 둘 데리고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아끼고 아껴서 먼 미래를 보고 계속 저축만 했다. 들로 산으로 다니며 산나물 뜯어 먹고 옆집 가서 일해주고 얻어도 먹고 했다. 아내가 부업하고 자원봉사활동도 하며 고생 많이 했다.”

대를 이어 포도농사

꿈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온 농사. 그는 늠름한 군인에서 어느덧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연스레 농부가 되었다.

박 대표는 “100년 정도 되는 농부 집안이다. 농사는 나에게 가훈 같은 가업이다. 군대 생활만 해 농사를 안 지어봤지만 부모님을 이어 포도 농사를 3년째 하고 있는데 내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아버지와 외삼촌(‘아빠청포도 농장’ 차주현 대표)이 가르쳐 주는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땅은 노력한 만큼 나오니 노력하고 나머지는 하늘과 자연에 맡긴다.”고 했다.
 
나의 길은 ‘캠벨 얼리’

모두가 한다고 다 따라가면 나만의 상품이 없다. 박 대표는 남들이 외면하는 그 틈새로 630평의 캠벨 얼리 농장에서 명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군서면도 작년에 캠벨을 다 베어버리고 샤인머스캣으로 다 갔다. 샤인이 너무 포화상태가 되고 시장에 캠벨이 없다. 나는 캠벨로 재작년에는 헐값에 팔았는데 작년에 로컬푸드와 공판장에서 두 배 이상 가격을 받았다. 없어서 못 파는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목표는 명품포도

그는 포도로 명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아버지와 외삼촌의 노하우에 지난해 국무총리상을 받은 곽찬주 포도농장 견학은 물론 포도대학을 졸업하며 포도농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 당도가 높고 작은 캠벨 얼리로 농협과 로컬푸드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선물용으로는 포도송이가 작다는 시골 사람만의 특징적인 불평으로 올해는 마을 손님을 위한 상품을 재배하기 위해 한 고랑을 할애했다. 

박 대표는 “농민대학에서 우리 포도는 빛깔과 향이 최고라고 했다. 포도는 크면 당이 떨어져 시장에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도가 좋고 작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500g~600g 정도로 당도가 쎈 명품수준으로 만들었다. 작년 포도 시장이 옥천에서 샤인이 2kg 한 상자에 2만 5천 원 했는데 외삼촌 포도는 4~5만 원으로 서울의 백화점과 가락동공판장에 팔렸다. 외삼촌 포도는 유명해 옥천에 안 넣는다. 그래서 나도 명품포도를 만들고 싶다.”

농사는 정답이 없다

그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여러 방법으로 도전해 보며 ‘박흥수 캠벨 얼리’에서 씨가 없는 포도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포도 시장의 대세는 샤인머스캣, 그러다 보니 포도 교육도 캠벨은 없고 샤인머스캣 교육만 한다. 

박 대표는 “캠벨로 남이 안 하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올해 한 줄만 지벨린 처리를 해서 씨가 없고 잘 된다면 내년에는 두 줄로 늘려서 하고 싶다. 남들은 안된다고 하는데 해보고 싶다. 잘 되면 시장이 바뀔 수 있다. 강사님도 지벨린 처리로 모양이 이쁘게 안 나오고 기형처럼 된다고 못하게 하지만 테스트는 해 볼만하니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해 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는 정답이 없다”고 했다.

농사는 힘들지만 작물 성장에 희열 느껴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늘 하루동안 했던 일과 작물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그 만의 ‘농사 일기’를 쓴다. 그리고 과거 농사 일기를 들추며 꼼꼼히 챙기고 준비한다. 

박 대표는 “피땀 흘려서 올라오고 클 때 희열을 느낀다. 시커멓게 익으면 따기도 아깝다. 아기가 커서 공부 잘해서 상을 받아온 느낌이다. 돈으로 따지면 별것 아니지만 아침에 와서 보는 기쁨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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