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탈출하면 또다시 육지가 필요했다.
깊고 깊이 들어간 바다였다.
파도가 쓸고 간 자리에 말끔하던 모래톱이
지우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기억은 또 다른 섬을 만들고
오로지 바람만이 알 수 있는 암호로
바다를 채운다.
멀리 선 동선은
눈동자를 따라 파도를 일으켜
어둠이 내려앉은 자리에 머물고
높게 선 등대의 수신호가 별을 흔들어
우수수한 사리 나무 별자리를 쓸어내듯
마음에 가득했던 근심의 무리 비워내던 그곳.
우리가 가는 길이 언젠가는 멈추어 끊어지면
어느 지명의 언덕 자리
그 길을 잇고 또다시 새살을 움 틔운다.
33회 전국한밭시조백일장 대상수상, 한국인터넷문학상수상,
대전시조시인협회사무간사, 문학사랑협의회회원, 금강시조문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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