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아내와 함께 젊은 나이에 고향에서 농부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묵묵히 남편을 믿고 따라와 20여 년의 세월 동안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함께 농사까지 짓는 아내가 늘 고맙고 미안하다.
옥천군 군서면의 시골길을 따라 식장산 아래까지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오동리 마을. 오동3길 44-6 ‘오동목장’에서 강정일(60) 대표와 부인 김윤희(여, 37) 씨 부부가 일하는 소리가 들린다.
강 대표는 군서초 52회 졸업생으로 마흔의 나이에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해 연로하신 부모님의 농사를 돕는 농부가 되었다. 부인 김 씨는 베트남 타이닝성이 고향으로 한국 생활 20년 차다.
강 대표는 “농촌에서 편할 방법은 없다. 나는 4시에 출근하고 아내는 8시에 출근한다”며 “요즘은 88세 된 시아버지와 86세 된 시어머니를 모시며 일하는 아내를 위해 편하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뿌리내린 베트남댁 김 씨
아내 김 씨는 처음 낮선 땅 한국에서 말이 안 통하고 음식마저 입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 혼자 뿐인 머나먼 이국에서 외로움으로 고향 생각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럴 때면 자상한 남편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젠 한국 음식도 입에 잘 맞을 뿐더러 의사소통도 잘 되고 한국 음식도 곧 잘해 처음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왔을 당시의 죽을 것 같던 무거운 마음이나 우울한 기분은 싹 사라졌다.
그녀는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시골에서 일하는 게 좋고 신랑이 잘 해줘서 마음이 편하다. 2년에 한 번씩은 남편과 함께 베트남에 다녀온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4~5년 정도 베트남에 안 갔지만 잘 키운 아이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며 “남편이 한국 이름을 지어 주느라 애를 많이 써줬다. 출입국관리소도 몇 번이나 다니고 서울의 베트남 영사관과 영동법원, 옥천경찰서로 찾아가며 고생해서 만들어 줬다. ‘김윤희’란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목장에 벼농사 밭농사까지
안 하는 농사 없을 정도
강 대표는 소 35마리를 키우는 목장부터 논농사 5,000평, 밭농사 2,000평, 마늘 농사 600평에 복숭아 농사까지 1,000평에서 150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고추, 참깨, 들깨, 배추, 무 등 계절별로 수확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농사를 짓는 보통 부지런한 농부가 아니다.
그는 “어릴적 꿈은 돈을 잘 버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농사짓는 부모님을 생각해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내와 둘이서 벼농사, 밭농사에 축사까지 안 하는 농사가 없을 정도다”고 했다.
강 대표는 농사가 어려운건 달리 어려운 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해서라 한다. 아내 김 씨도 농사가 힘들었지만 20년을 농사지으며 이젠 어엿한 농부의 아내로 농사짓는 농부가 되었다.
그는 “힘든 농사지만 우리 부부 둘이서 다 했다. 올해 복숭아 농사가 끝났는데 가지치기부터 일손 안 빌리고 둘이서 다 했다. 힘들었을텐데 아내가 잘하고 고생했다”며 칭찬을 잊지 않았다.
강 대표는 운영하는 목장에서 소를 키우며 송아지, 비육우, 번식우, 도축용 소까지 판매한다.
그는 “송아지 10마리를 낳으면 90%는 건강하게 태어난다. 출산이 어려울 때 수의사를 부르지만 웬만해서는 혼자 다 한다. 소 출산 일은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건 아니고 다 배워서 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 노하우가 생긴 거다.”
마늘은 다른 지역보다
30% 이상 가격 더 받아
강 대표는 시기별로 수확해 황도와 백도, 마늘은 이미 판매를 완료했다. 특히 옥천의 오동리 마늘은 맛이 좋기로 유명해 다른 지역인 단양이나 서산 마늘보다 인기가 더 높다. 의성 마늘이 인기가 좋다지만 그들 못지 않게 상품성이 좋고 경쟁력을 갖췄다. 그렇다 보니 가격도 다른 곳의 마늘보다 30% 이상 가격 프리미엄이 생겼다.
농사는 평생 터전이고 직장
그에게 농사는 직장이고 평생 터전으로 부모님을 이어가야 하는 인생의 전부가 되었다. 지금은 소값이 좋아 소를 바라보면 흐뭇하고 잘 수확된 농산물로 소득이 증가함에 보람을 느끼는 진정한 농부다.
강 대표는 “농사가 잘되고 땀 흘린 만큼 수입이 되면 기분이 좋은 게 농사의 보람이다. 농산물은 열심히 생산한 제품으로 농사 잘 지었으면 그만큼 값을 받아야 한다. 시원찮게 지어놓고 제값 받으려 하면 안 된다”며 “소는 대화는 안 해도 내가 가면 자기가 하던 행동을 그냥 그대로 하는데 다른 사람이 가면 쳐다보며 경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