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서체와 예서체로 전통성 살리고 예술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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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서체와 예서체로 전통성 살리고 예술로 승화
  • 이성재기자
  • 승인 2016.08.25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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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거 김선기 선생에게 10여년간 전문 서예 배워
26년간 서예의 길을 가며 우수성 알리는데 노력
교학상장(敎學相長)으로 실천하는 공부하고 싶어

어느새 예부터 전래되던 서예는 현대인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PC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손 글씨를 쓰는 일은 요즘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더구나 붓과 먹을 이용해 한지에 글을 쓴다는 것은 서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서예 발전을 위해 묵묵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박창식(58) 서예가를 만나 그의 서예인생 26년을 돌아보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창식(58)

서예는 3000년간 중국으로부터 이어온 동양예술로 한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한자가 상형문자로 글자 자체가 조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한자 문화권 안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일찍부터 한자를 예술적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우리나라의 서예도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양예술의 대표 격인 서예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긴 창조적인 예술이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지는 서예는 조선시대에 그 꽃을 활짝 피게 된다. 우리는 대표적인 서예가로 조선시대에 활약한 석봉 한호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을 떠올린다. 이들은 명필로 불리며 그 시대의 서예의 한 획을 긋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예가 다른 일반적인 글쓰기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의사 전달보다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중요성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글의 내용 이상으로 글 자체의 아름다움에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서예는 글을 쓰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것에 더 가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博施濟衆(박시제중)-널리 베풀어 뭇사람을 구한다.

섬유업체에서 일하며 옥천과 처음 인연.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에 위치한 박 서예가의 서실은 예술과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장소다. 벽면에 걸린 수많은 작품들과 작업실 책장에 가득 꽂힌 서적들은 서예에 대한 그의 집념과 열정을 대변하듯 무심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서예가는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부친은 제사를 지내는데 지방과 축문 정도는 직접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늘 그에게 말을 하곤 했다. 대전이 고향인 박 서예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한자 쓰기를 즐겨하는 등 예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예술의 길을 걷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1983년 동일패브릭이라는 섬유업체가 옥천으로 이전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근무하면서 처음 옥천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5년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동일패브릭에서 근무했다. 1990년 직장을 다니면서 차츰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박 서예가는 그 동안 잊었던 서예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우선 그는 옥천에서 유명한 서예가를 수소문하면서 평거 김선기 선생을 만나 김 선생에게 10여년간 서예를 배우게 됐다. 더불어 그는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서울에 있는 한면자 선생의 제자 이승만 선생을 찾아가 5년 동안 서예와 서화, 전각, 서각 등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박 서예가는 “한동안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잠시 서예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됐다”며 “생활이 안정되자 어린 시절 아버님의 말씀이 기억나면서 다시 한자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고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중성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중요.

박창식 서예가는 행서, 예서체를 바탕으로 26년간 서예의 길을 가며 인간의 희로애락, 자연의 춘하추동을 붓 끝으로 전하는 옥천의 대표 서예가다.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서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는 박 서예가는 전통 예술인 서예가 경시되고 있는 상황을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보통 작품을 관람하거나 구매하러 오는 일반인들은 작품을 두고 가격이 비싸다거나 작품의 격이 떨어진다는 말도 듣지만 박 서예가는 전혀 개의치 않게 생각한다. 작품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는 작품 활동을 지속할생각이기 때문이다. 박 서예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고 애지중지 키운 자식과 같은 작품이다”라며 “솔직히 그런 작품들의 가치와 자부심을 위해 가급적 선물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서예가는 2005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동이면 석탄리에 거주하는 성균관대학교 서양학과 교수의 작업을 도우면서 그의 작품에 큰 도움이 됐다. 교수덕분에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됐고 전통만 고수하던 그의 작품에 대한 고집도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젊은 서예가들이 전통에 현대 기법을 적용하는 ‘캘리그라피’ 등으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조금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통 기법과 현대 기법을 접목해 대중성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젊은 서예가들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젊은 서예가들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도들이 모여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善意樂行(선의락행)-착한 뜻하기를 즐겨하라.

2008년 처음으로 개인전 개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서예는 심신을 바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정서가 안정되고 인내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박 서예가는 지금껏 서예를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심신을 바르게 하고 인내력을 향상하는 서예가 아닌 다른 예술이나 일을 선택했다면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공부하기 힘든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여러 서체에 능통하지만 특히 예서체와 행서체에 주력하고 있다. 예서는 가로획이나 내려 긋는 획이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가로획끝을 살짝 들어 올려 전체 획이 탄력 있는 형태를 나타낸다. 다양한 변화 속에 균형을 중시하는 서체로 지금도 책의 표지나 현판으로 많이 사용된다. 행서는 예서의 규격성에서 벗어나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글자를 쓰기 위해 나타났다. 행서는 해서의 필기체 형식을 띠고 있어서 쓰기도 쉽고 해독도 어렵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행서는 일반인들의 필기체로 널리 쓰여 왔다. 박 서예가의 작품은 호방하면서도 풍부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스토리가 담긴 서화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2008년 생애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면서 서예의 세계가 깊고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전을 통해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안보이던 서예의 또 다른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 서예가는 “어느덧 나이가 들었는지 삶에 여유가 생겼다. 실력의 고저를 막론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실천해 더불어 공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가요 ‘독도는 우리땅’ 가사를 적은 작품.

박 서예가는 남다른 애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만이 우리문화와 예술 계승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서예의 외길을 걷고 있다. 서예는 비움의 예술이며 버리는 것은 욕심뿐만 아니라 나쁜 습관, 생각까지 버려야만 좋은 작품이 나온다. 고된 수행으로 탄생된 그의 작
품에는 사상과 철학, 인격 등이 담겨있다. 주변의 칭찬에도 정작 자신은 구도자의 길을 걷는 심정으로 겸손함을 보이는 늘 새로운 창작을 위해 고심하고 붓놀림에 열정을 쏟는다. 매사에 진실한 예술세계를 지향하며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에 몰두하는 박창식 서예가의 바람대로 옥천 서예의 활성화를 선도하는 중심에 그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약력◇
△개인전(2008) 옥천도서관 △충청북도 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율곡 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김생 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현대서예문인화대전 특선2·입선2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서예)△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특선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현)한국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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