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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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12.2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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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통재요 오호애재라

요 근래 옥천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면 그건 ‘도담노인요양병원’ (이하 도담) 관련 얘기 일게 다. 이 사건은 그러잖아도 움츠려드는 엄동설한에 우리의 마음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렇다. 도담의 전 소유자였던 K씨가 지금의 소유자인 J씨에게 모든 운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병원과는 거리가 먼 J씨는 자신의 남편인 L씨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L씨 역시 병원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지라 오로지 ‘돈’ 밖에 없었다. 

이 병원에서 강제로 상임이사직을 박탈당한 P씨에 의하면 “L씨는 임자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이 병원을 팔아넘길 생각뿐이었다. 처음부터 병원을 정상화 시킬 마음이나 계획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직원들의 밀린 임금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그저 병원을 인수할 그 누군가가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심지어 나에게도 6억만 주면 팔겠다”고 했다. 

물론 L씨의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상황이 심각할 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 살배기 코흘리개도 아니고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을 인수하려면 나름 정확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선결되었어야 했다. 더욱이 전임자로부터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병원이 가지고 있는 대내외적인 모든 부채를 떠안겠다고 약속하고 인수를 받았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집단 사표라는 최악의 상황도 부딪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었다.

결국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임금을 못 받은 직원들로서는 더 이상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 세월 부모님처럼 모시던 환자들을 뒤로 하고 사직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사직서를 쓰고 의료인력 제로가 된 병원 입장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들에 대해 어떻게 식사를 제공하고 어떤 약을 처방하며 기저귀와 개개인별 수발은 누가 들 것인가 하는 등 생각보다 훨씬 많고 복잡한 문제들에 부딪히게 됐다. 

직원들이 일시에 출근을 하지 않자 다급해진 L씨는 급기야 직접 주방에서 밥을 짓지 않으면 안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또 나타났다. 아무리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조리사 자격증도 없는 그가 환자들의 밥을 짓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들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평생 단체급식을 해본 경험이 없는 L씨로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고심 끝에 L씨는 옥천읍 내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다 점심식사로 내놓았다. 그런데 평소 미음도 제대로 못 먹는 환자들에게 소화가 안 되는 김밥을 주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설상가상 약사도 아닌 간호학원 실습생에게 약 분류를 시키는가 하면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입술이 헐고 심지어 기저귀마저 안 갈아 줘 대소변이 침대 시트에 흘러 내리도록 하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걸까. 물론 병원을 인수한 L씨와 아내 L씨로부터 운영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남편 J씨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병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옥천군도 결코 지금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많은 없다. 그런데 옥천군은 너무도 태평한 모습이다. 

심지어 도담 직원들이 보건소장을 만났을 때도 “그건 노사 간의 문제니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말만 했다. 어디 이게 노사 간의 문제로만 한정할 성질인가, 그렇다면 옥천군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는 뭐 하러 존재하는가. 

아무리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발생한 사안이라 하지만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못 질망정 “노사 간에 발생한 일이니, 노사가 알아서 치리하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담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옥천 군민이 아니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며 미국에 사는 사람들인가. 

말이란 아무렇게나 뱉어서는 안 된다. 그것도 한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라면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큰 문제로 비화될 문제도 말 한마디로 축소가 될 수 있고 작은 문제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가 있다. 꼭 후자의 모습이 옥천보건소가 처해 있는 모습이다.

힘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더 아파야 관심을 가져줄 것인가,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을 겪어야 신경을 쓸 것인가. 

사람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대통령이든 군수든, 저 시골에 사는 촌로든. 

하지만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힘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은 그저 혼자서 숨죽이며 고통을 참아야 하고 슬픔을 이겨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 놓고도 선거때만 되면 없는 마음 있는 마음 다 토해 내어 약자들을 보듬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떠들어 댄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신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팥으로 동짓죽을 만든다 해도 믿을 수 없다. 

아, 오호통재(嗚呼痛哉)요 오호애재(嗚呼哀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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