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향, 용죽리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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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 용죽리를 기억하자”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3.02.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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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죽가마집친구회’
지난 18일 경남 사천에 있는 토끼섬을 찾은  ‘용죽가마집친구들’ 모습
지난 18일 경남 사천에 있는 토끼섬을 찾은 ‘용죽가마집친구들’ 모습

팍팍한 세상에 고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고향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콘크리트 벽 속의 고향이 아닌 흙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시골 말이다. 모르긴해도 도심이 고향인 사람에 있어 저녁 연기 피어 오르는 시골은 늘 목마른 동경의 대상이자 평생을 그리워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옥천읍사무소 주차장, 갑자기 주차장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졌다. 무슨 행사라도 열리는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행사장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분명 어디론가 답사라도 떠나는 무리로 보였다.

이들은 다름 아닌 ‘용죽가마집친구회’(회장 이명우, 63, 부산 거주) 회원들. 1년에 딱 한번 만나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옥천을 찾은 것이다.

그날도 이들 회원들은 경남 사천에 있는 토끼섬을 가기 위해 모두들 일상을 뒤로 하고 이곳에 온 것이다. 작년에는 폐교된 청마분교를 빌려 모임을 가졌다.

이명우 회장은 “저희 모임이 시작된지는 2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만해도 모두들 40대였는데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들이 된 것 같습니다”라며 “그때 모임을 결성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모두들 고향 용죽리를 잊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죠”라고 했다.

정용규(62) 총무도 “저희들이 모임 이름을 짓게된 연유도 조금은 이채롭습니다. 코흘리개 시절 마을 중앙에 가마와 상여 같은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 창고 이름을 따 ‘용죽가마집친구회’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저희들이 찾는 유일한 놀이터였으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 놀던 동심의 터전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이명우 회장은 “처음에는 회원이 23명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15명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조금은 아쉽긴 해도 지금 남아 있는 회원들이나마 끝까지 얼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용죽가마집친구회’는 현재 남자 10명 여자 5명 등 총 15명이 1년에 한번씩 모임을 갖기로 하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이 모임만큼은 참석하자고 모두가 마음 속으로 약속을 했다. 동시에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용죽리를 잊지 말자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주고 부둥켜 안아주자고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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