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혈당조절, 운동과 당수송단백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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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혈당조절, 운동과 당수송단백체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3.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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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의 가장 큰 문제는 혈당이 정상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혈당이 높아진 채로 잘 조절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혈관의 손상이 진행되어 각종 순환계 질환에 노출되게 된다. 큰 혈관이 손상되면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진행되고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당뇨병성 망막증, 신부전, 당뇨병성 괴저 등을 초래한다.

아침의 공복상태에서 정상적인 혈당수준은 혈액 100ml 중 70~100mg이다. 식후 혈당은 일반적으로 150~170mg 정도까지 상승하는데 이러한 혈당의 상승은 이자의 베타세포로부터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한다. 인슐린은 신경세포를 제외한 모든 조직세포 내로의 혈당유입을 도와준다.

모든 말초조직 세포막에는 인슐린과 결합하는 인슐린수용체가 존재한다. 인슐린이 이 수용체와 결합할 때 혈당이 세포 내로 유입되는 일련의 신호과정이 진행된다. 인슐린과 인슐린수용체의 이러한 역할은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인슐린이라는 열쇠가 세포막의 자물쇠(수용체)와 결합하면 혈당이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제Ⅰ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자가면역이상이 원인으로서 인체 면역시스템이 이자의 β-세포를 공격하여 인슐린 분비 기능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Ⅰ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의 약 5%를 차지하며, 주로 18세 이전에 발병한다.

그런데 성인기에 진행되는 대부분의 당뇨병은 제Ⅱ형 당뇨병이다.  제Ⅱ형 당뇨병은 이자에서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초조직에서 인슐린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저하되어서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혈당이 세포 내로 유입되는 데 장애가 발생하므로 식후 고혈당이 초래된다.

이처럼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초조직에서 인슐린의 작용이 저하되어 혈당의 유입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면 그때부터 혈당을 유입시키기 위한 일련의 신호과정이 세포 내에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 결함이 생기는 것이 인슐린저항성의 원인이다. 인슐린저항성의 가장 큰 원인은 운동부족과 비만으로서 유전적 요인도 일정 부분 관여한다. 인슐린저항성이 지속되면 결국 제Ⅱ형당뇨병으로 진행되거나 비만으로 귀결된다.

혈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당수송단백체(GLUT)가 중요하다. 당수송단백체는 세포질 내에 위치하고 있다가 인슐린 등의 신호에 의해서 세포막 표면으로 이동하여 세포막과 융합하여서 혈당을 받아들이는 통로로서 역할을 한다. 

이처럼 GLUT가 세포막으로 이동하도록 촉진하는 신호경로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인슐린이 세포막의 인슐린수용체와 결합하면서 시작되는 인슐린의존성 경로이다. 인슐린저항성은 이 신호전달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하여 일어난다.

당수송단백체가 세포막으로 이동하도록 촉진하는 또 하나의 경로가 있는데, 이는 AMPK라는 효소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근육이 움직이는 수축작용을 하면 근육세포 내에 있는 이 효소가 활성화되고 이어서 여러 단계의 신호가 당수송단백체에 전달되어 세포막으로의 이동이 촉진된다. 이처럼 근육의 운동에 인슐린이 관여하지 않고 당수송단백체를 세포막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 촉진될 수 있는데 이를 인슐린비의존성 경로라고 한다. 

운동이 인슐린 비의존성 경로를 통하여 혈당의 세포 내 유입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작용을 통해서 혈당을 낮추어 주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한편 연구들은 근육의 운동은 당수송단백체(GLUT)의 세포막 이동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세포 내 당수송단백체(GLUT)의 농도 자체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운동의 이러한 효과는 인슐린저항성을 낮추어 줄 뿐만 아니라 제Ⅰ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인슐린수요량을 감소시켜 이자의 인슐린 분비부담을 줄이고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는 데 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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